초지능 시대
2020년 09월 07일(월) 00:00
영국의 미래학자이자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은 자신의 책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에서, 인간의 인지능력을 뛰어넘는 초지능에 이르는 몇 가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뇌를 철저히 모방해 지능적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전뇌 에뮬레이션’(whole brain emulation), 유전공학을 통한 ‘생물학적 뇌 기능 향상’, 뇌에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인터넷 프로그램과 같은 정보 네트워크와 조직의 ‘점진적 향상’ 등이 그것이다.

현재 일반 지능의 측면에서 기계는 인간에 비해 훨씬 열등하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기계가 초지능에 이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닉 보스트롬은 이들 몇 가지 방식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통해 초지능이 달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지구촌에서는 이들 방식이 상당히 빨리, 그리고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뇌에 8㎜짜리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억만장자 혁신가인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얼마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이라며 공개한 것이다. 이식된 칩에 입력된 자료에 따라 돼지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닉 보스트롬이 제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돼지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머스크도 최근 “(칩 장착을 통해)알츠하이머나 척추 손상 등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두뇌에 전극 수천 개가 있는 무선장치를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로 꼽히는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 2005년 발표한 ‘특이점이 오고 있다’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초월해 심오한 변화를 초래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오는 2045년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뇌에 칩을 심은’ 사이보그돼지(Cypork)가 이미 등장한 이상 초지능을 지닌 기계 또는 인간의 등장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온 지구촌이 이해집단의 갈등과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다가올 초지능 시대가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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