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2020년 09월 02일(수) 00:00
심리학 용어에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에 처음 정립한 개념이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만 믿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이다. 스스로 세워 놓은 자신만의 기준과 믿음 속에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도 사실인 양 믿어 버리는 것이 문제다.

믿음은 믿는 마음 또는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다. 종교적으로는 신과 같은 성스러운 존재를 신뢰하고 이에 복종하는 것이다. 믿음은 개인적인 영역이다. 어느 종교를 믿든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확증편향을 통해 만들어진 믿음은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복절 집회 참가자 등이 이러한 확증편향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검사를 받으면 무조건 양성이 나오니 검사를 거부하라’ ‘정부가 확진자 숫자를 조작하고 있다’ ‘교회에 누군가 코로나 테러를 했다’ 등의 가짜 뉴스로 선동하는 목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방송을 통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가짜 뉴스라고 해도 이들은 믿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통제되어 왔던 코로나 방역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종교적으로 믿음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믿음이 신이 아닌 목사 개인에 대한 숭배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잘못된 믿음을 통해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은 종교의 의미와 목적에도 어긋난다. 코로나19는 과학이 입증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비말 전염에 대한 경고는 너무나 당연하다.

“정말로 힘든 상황이 온다면 시계를 되돌리고 싶을 순간이 바로 오늘일 것입니다.” 며칠 전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장이 한 말이다. 이는 방역 당국이 얼마 만큼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 준다. 더 이상 우매한 믿음이 모여 사회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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