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펀홍’
2020년 09월 01일(화) 00:00 가가
가수 이효리가 최근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캐릭터 이름으로 ‘마오’를 언급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중국 누리꾼들이 과거 중국 정치를 대표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을 모욕했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이효리를 비롯해 방송 관계자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십만 개의 악플 폭탄을 퍼부었다. 이에 해당 방송국은 해명과 함께 사실상 사과의 글을 올렸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 지도자를 가볍게 언급한 데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은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웃자고’ 만든 타국의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 ‘죽자고’ 달려드는 중국 누리꾼들의 태도는 오히려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을 ‘샤오펀홍’(小粉紅)이라 한다. 샤오펀홍이라는 명칭은 이들 세력이 처음 등장했던 웹사이트의 배경이 분홍색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1990년대 이후 출생해 민족주의 교육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를 두고 지난 1960년 마오쩌둥 시대 홍위병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는 평도 있다.
한 국가의 국민이 자부심과 함께 강한 결집력을 갖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자부심은 사회적 편 가르기를 넘어 결국 국가를 병들게 한다. 배타적 중화주의적 사고방식은 중국을 성숙한 글로벌 리더가 아닌 힘만 믿고 설치는 시대착오적 국가로 전락시킬 뿐이다.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나타난 국제적 반중 정서는 이를 반영한다. 40여 년 전에 비해 힘은 수십 배나 커졌지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중국의 모습에 대한 세계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국제 질서는 힘의 논리에 지배된다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힘에 걸맞은 국격이 갖춰지지 않았을 땐 국제사회에서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이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대국으로서의 국격을 갖추었으면 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이런 예에서 보듯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을 ‘샤오펀홍’(小粉紅)이라 한다. 샤오펀홍이라는 명칭은 이들 세력이 처음 등장했던 웹사이트의 배경이 분홍색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1990년대 이후 출생해 민족주의 교육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를 두고 지난 1960년 마오쩌둥 시대 홍위병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는 평도 있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