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과 VAR
2020년 08월 28일(금) 00:00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는 말이 있다. 판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과 심판의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오심은 손을 사용해 골을 넣은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 오심으로 눈물을 삼킨 잉글랜드의 불운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과의 16강전까지 이어졌다. 램파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넘었는데 심판의 판정은 노 골(no goal). 중계방송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전 세계 관중들은 완벽한 골 상황을 보았지만 유독 심판만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경기 뒤 국제축구연맹은 골라인 판독 제도를 도입했고, 러시아 월드컵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 시행됐다.

야구에서는 판정 시비가 더 자주 발생한다. 2010년 6월 2일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브랜드와 디트로이트의 경기. 디트로이트의 선발 투수 갈라라가는 9회 2사까지 타자들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7번째 타자가 친 공은 1루 쪽 땅볼. 투수가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며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에 1루심이 돌연 세이프를 선언했다. 여러 각도의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봐도 확실한 아웃이었고, 타자 주자조차도 당황하며 머리를 감싸 쥘 정도였다.

그러나 오심 하나로 퍼펙트 경기는 날아갔다. 당시 1루심이었던 짐 조이스는 다음날 수만 관중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내가 죽으면 부고 기사에 ‘퍼펙트 경기를 망친 심판’이라 나오겠죠”라며 비통해 하자 갈라라가는 “누구도 완벽할(perfect) 수 없다. 난 퍼펙트 경기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며 심판을 위로했다. 이 사건 후 메이저리그는 ‘챌린지’로 불리는 재심 제도를 도입했다.

박빙의 경기에서는 판정 하나가 흐름을 좌우한다. 하지만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지난 22일 KIA-키움전에서 김호령의 호수비를 2루타로 만든 심판 판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심판이 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KIA의 도둑 맞은 승리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 다만 이 사건이 비디오 판독을 늘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선수나 팀의 능력이 아닌 심판의 능력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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