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2020년 08월 26일(수) 00:00
요즘 가장 잘나가는 ‘K-푸드’는 김이다. 글로벌 웰빙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지난해 김 수출액은 6775억 원으로,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참치를 끌어내리고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에 올랐다. 2010년 수출액이 1160억 원이었으니 9년 만에 6배쯤 늘었다. 수출국도 2007년 49개국에서 지난해 139개국으로 급증했다.

김은 한때 서양에서 ‘블랙 페이퍼’로 불렸다. ‘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영양식이지만, 서양인들이 김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K-푸드 인기 속에 조미김을 기본으로 다양한 스낵류를 생산해 수출하면서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 수출 대상 1위국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에만 연간 6억 달러어치가 수출되는데 92%가 조미김이다. 워낙 인기가 높자 미국 스타벅스가 김 스낵을 출시했는데 이것이 역으로 수입돼 우리나라 스타벅스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블랙 페이퍼에서 ‘검은 반도체’로 변신한 한국산 김의 본고장은 전남이다. 조선 선조 때인 1643년 김여익이 광양 태인도에서 김 양식에 처음 성공한 후 국내에 널리 보급됐다고 한다. ‘김’이라는 명칭도 김씨 성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은 김 생산지로서 위상을 확고하게 지켜 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 김 생산량 56만t 가운데 82%인 46만t이 고흥·완도·진도·해남 등 전남에서 나왔다. 장흥 무산김은 고유 브랜드(‘gim Me’)로 해외 고품질 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김 양식장인 마로해역(해남 송지면과 진도 고군면 사이), 그리고 고흥 지역에서 어업권 분쟁이 일고 있다. 마로해역에선 해남과 진도군 어민들이, 고흥 발포·지죽 해역에선 고흥군수협과 나로도수협이 김 양식 어업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40년 이상 어업권을 가진 어민과 실제 양식 어민들이 달라 빚어진 일이다.

최근 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일단 김이 돈이 되기 때문인데, 전남도와 고흥군 등 자치단체의 합리적인 해법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큰 틀에선 정부가 김 양식 신규 개발을 허가해 주는 것도 해법일 듯싶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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