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는 사람이 소 잃은 마음 알죠”
2020년 08월 25일(화) 00:00
보성 축산농가, 소먹이 220t 모아 구례에 전달
곤포 사일리지 4.5t 트럭 17대
소 100마리가 6개월 먹을 분량

보성 축산농가들이 십시일반 모은 곤포 사일리지 220t이 구례 축산농가에 전달됐다.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소 키우는 사람이 소를 잃은 축산농가의 아픔을 잘 알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거예요.”

지난 21일 오후 3시30분께 구례읍 양정마을. 공룡알같이 생긴 ‘곤포 사일리지’(수분량이 많은 목초· 야초·사료작물 등을 진공으로 저장 및 발효하는 것)를 실은 4.5t 트럭이 줄지어 축산농가를 향했다. 보성 축산농가들이 수해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구례 축산농가들에게 소먹이를 전달하는 행렬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44개 축산농가가 한우 1527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농장이 물에 잠겨 461마리가 죽고, 99마리는 유실됐다. 수해 속에서 살아남은 한우는 924마리였다. 10마리 중 4마리가 죽거나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간 것이다.

이 마을 축산농가들은 살아남은 924마리를 기르는 것도 막막했다. 수해로 소먹이가 없어서다.

이 소식을 들은 보성 축산농가들이 자기 집에서 기르는 소들의 먹이를 십시일반 내놓았다. 그렇게 모인 곤포 사일리지가 370개, 220t에 달했다. 이는 싯가로 2600만원 상당이며, 소 100마리가 6개월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정병준 보성군조사료경영체협의회 회장은 “폭우로 가축이 죽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가축들도 조사료가 물에 잠겨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같은 농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회원들과 사료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조사료 모으기 운동은 지난 18일부터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 사흘만에 220t을 모은 것이다.

조사료 운송은 보성지역 운송업체와 중장비 업체들이 맡았다. 운송비용은 이들 운송업체들이 전액 부담했다.이날 보성에서 온 곤포 사일리지 차량 행렬을 지켜보던 구례 축산농가들은 고마움에 눈물을 삼겼다. /구례=이진택 기자 lit@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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