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정치
2020년 08월 24일(월) 00:00 가가
지구촌 어디에서나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수준과 강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번 정권을 빼앗기면 수년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정권을 차지하게 되면 그 권력의 열매가 몹시도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판 또는 선거판에서 고매한 품격을 찾는 행위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처럼 헛된 일일 뿐이다. 하지만 대중은 언제나 ‘품격 있는 정치’에 목말라 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미셸 오바마는 4년 전 유명한 연설을 통해 ‘정치판에서의 품격’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7월 25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당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지원 유세에 나선 미셀은 깊은 통찰이 담긴 찬조 연설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우리 딸들에게) TV에 나오는 유명 인사들이 내뱉는 증오에 찬 언사들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정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얼마나 강조했는지, 그리고 누군가 깡패처럼 잔인무도하게 행동할 때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얼마나 설명했는지 모릅니다. 그들이 저열하게 굴지라도 우리는 품격 있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모토입니다.(Our motto is,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이처럼 ‘품격 있는 정치’에 대한 소신과 열망을 드러냈던 미셀은 4년 후인 지난 17일, 조 바이든을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찬조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품격을 지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품격 있게 행동한다는 것이 악랄함이나 잔인함과 마주쳤을 때 그저 미소 짓거나 듣기 좋은 말만 하라는 게 아닙니다. 증오에 맹렬히 맞서는 것, 그리고 유일하게 진정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냉엄한 현실’을 무기 삼아 ‘거짓과 불신의 족쇄’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품격을 지키는 것입니다.”
머나먼 미국의 사례지만,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는 우리 정치판에도 정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막말 정치’나 ‘막장 정치’가 아닌 ‘품격 있는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머나먼 미국의 사례지만,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는 우리 정치판에도 정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막말 정치’나 ‘막장 정치’가 아닌 ‘품격 있는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