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광신
2020년 08월 21일(금) 00:00
벼락은 고대로부터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신성시하는 물신숭배(物神崇拜) 대상 중 하나였다. 하늘이 분노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외감은 벼락이 강한 기운을 담고 있어 악을 물리치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미신으로 발전했다.

고려시대에는 벼락 맞은 물건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이 있었다. 미신에 빠져 광신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의 얘기도 ‘고려사’에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1376년 우왕 2년 비가 내리는 한여름 날, 왕의 일가인 한천군 왕규와 그의 처 박 씨, 어린 아들이 마당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 벼락 맞은 집의 물건을 가져다 두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을 믿는 도성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 집의 안방과 창고에서 재물이나 그릇, 말과 소, 기왓장까지 뜯어 갔다. 집이 순식간에 폐허가 되고 가져갈 것이 없어지자, 심지어 숨이 붙어 있는 왕규와 박 씨의 사지를 잘라갔다. 소동이 일자 도당에서 병사를 파견해 재산을 되찾아 그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벼락에 대한 미신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벼락 맞은 나무를 지니고 있거나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벽조목)로 만든 도장은 지금도 인기가 많다. 포털사이트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검색하면, ‘복을 불러오는 도장’을 내걸고 광고하는 도장 판매점 수십 곳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도장은 한 개당 수만 원에서 수십 만 원까지 고가로 팔린다. 판매 제품도 목걸이나 팔찌, 염주, 묵주 등 다양하다. 수능생을 위한 벽조목 부적도 인기라고 한다.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집회 참석자는 물론 종교인들의 확진이 증가하면서 n차 감염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확진자나 검진 대상자들은 방역 당국이 검진 결과를 조작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에 현혹돼 검진을 거부하거나 확진 후 도주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종교나 정치와는 무관한 질병의 원인일 뿐이다. 검진 회피는 종교인의 믿음이 아닌 광신도들의 반사회적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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