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의 쇄신
2020년 08월 18일(화) 00:00
미래통합당의 ‘쇄신 드라이브’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하나는 최근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계승’을 담은 일이다. 그동안 광주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폄훼했었던 미래통합당 전신 정당들의 전력을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기본소득 보장과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을 넣는 등 ‘약자와의 동행’도 구체화했다. 영남·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호남 및 중도층까지 끌어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전국 정당화를 이루고 미래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통합당의 호남 공략을 위한 ‘서진(西進) 정책’은 구체화되고 있다. 당내 ‘투 톱’인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당원들과 함께 수해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 등을 방문, 봉사활동을 하는 한편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또 당내에 호남 배려를 위한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호남 출신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당내에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없다는 점에서 호남과 연고가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명예 의원제’를 도입, 호남 현안을 챙긴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기에 김종인 위원장 등 당내 지도부는 내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다. 이 자리에서 발표할 ‘국민 통합 강조 메시지’도 준비 중이라 한다. 5·18 단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에도 나설 예정인데,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호남 속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이 같은 일련의 행보에도 호남 민심은 아직도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다. 이들의 ‘호남 끌어안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며 정치적 수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진정으로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5·18 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를 막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안들에 대한 입법 공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통합당이 올 정기국회에서 광주의 눈물을 닦아 주고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 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 호남 민심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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