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소 떼
2020년 08월 14일(금) 00:00 가가
구례 지역이 물에 잠긴 다음 날 아침,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소 떼가 지붕 위로 올라갔네요.” 사진을 전송받아 보니 평소 볼 수 없던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폭우를 피해 필사적으로 탈출한 소들이 지붕 위에서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구례에서는 소 10여 마리가 해발 531m 높이의 오산 사성암에까지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는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특별한 가축이다. 논밭을 가는 것은 물론 무거운 짐을 운송해 지금의 경운기와 트랙터 역할을 도맡아 했던 상일꾼이었다. 그래서 농촌에서 개는 기르지 않아도 소는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키웠다. 급할 때 목돈 마련과 자녀 학자금을 융통해 주던, 농민들의 재산목록 1호도 바로 소였다.
흔히 소를 우직한 동물로 여기지만 소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친구가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지. 소는 우정이나 원한 등의 감정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귀소본능도 강해 들녘이나 산에 두어도 해질 녘이면 스스로 집을 찾아온다.
우리는 소와 친밀한 만큼 일상생활에서 이에 관련된 용어도 많이 사용한다. 굴레·멍에·고삐·워낭이나 한자 성어 우보천리(牛步千里) 등이 그것이다. 신문을 봐도 ‘소 값 폭락 고삐가 없다’ ‘한우의 눈물…밥줄 끊는 법이 어디 있소?’ ‘우우(牛牛) 광우병 사태 정부가 책임 져라’ 등의 제목이 등장한다. 이번 지붕 위 소 떼 기사 관련 제목은 ‘살려 주소’였다.
건물 지붕에 올라갔던 소 28마리는 다행히 구조됐다는 소식이다. 이 중 암소 한 마리는 이튿날 새벽 쌍둥이를 출산하는 기적을 낳아 희망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례 지역에서 총 400여 마리의 소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수해 때 축사 문을 열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만 제때 열어주었다면 동물적 감각으로 수해를 피할 수 있었을 터인데.(소는 귀표를 달아 모든 정보를 전산 관리하고 있어 바로 주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안전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재해는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재난 시 가축도 함께 살리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
흔히 소를 우직한 동물로 여기지만 소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친구가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지. 소는 우정이나 원한 등의 감정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귀소본능도 강해 들녘이나 산에 두어도 해질 녘이면 스스로 집을 찾아온다.
인간과 동물의 안전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재해는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재난 시 가축도 함께 살리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