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년작가들 문학무크지 발행 ‘눈길’
2020년 07월 13일(월) 00:00
그룹 ‘공통점’ 동명 문학잡지 발간
최근 발간 4호 ‘종말’ 주제 상상력 다뤄

청년 문학그룹 ‘공통점’ 회원인 김병관, 이서영, 조온윤(왼쪽부터).

“문학은 바로 이런 불길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타인의 불행을 직접 체험해볼 수가 없고 또 그러기를 원치도 않는다면, 다만 그들의 그 순간 그 고통을 잠시나마 떠올려보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시와 소설이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그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문학이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고만 말해주는 것은 결코 진실의 거울이 아닐 것이다.(중략) 동시에 지금 이순간의 어려운 현실을 그려내는 일은 고난이 종식된 이후의 희망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문학 무크지 ‘공통점’ 4호 머리말 중에서)



“우리는 문학을 통해 같은 통점이 된다.”

압축적이면서도 강렬한 문장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연일 코로나로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한 통의 낯선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메일에 담긴 “우리는 문학을 통해 같은 통점이 된다”는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생기발랄하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상상력이 넘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는 문장이 주는 힘이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이 문학무크지를 4회째 발간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2017년 독립출판물 발간으로 시작해 올해 통권 4권을 발간한 청년문학예술단체 ‘공통점’이 그들이다. 젊은 작가들은 단체 이름과 동일한 무크지 ‘공통점’을 펴냈다.

조선대 출신인 이들 청년작가들은 지난 2016년 시창작 강의를 수강했던 인연으로 문학단체를 꾸리게 됐다. 현재 멤버는 모두 8명으로, 6명이 조선대 문창과 출신들이다. 신헤아림·김병관·김원경·김나연·이서영·조온윤 씨는 2017년 공통점 창간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김현진·이기현씨가 추가로 가입하면서 모임의 규모가 커졌다.

조온윤씨는 “2016년 처음 시 창작 스터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젊은 시절 우리들만의 감성과 시각이 담긴 글을 남겨 책으로 발간해보자는 뜻으로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당시 문창과에서 시를 가르쳤던 나희덕 시인의 지도를 받았다. 나 시인은 2019년 서울 과학기술대로 옮겼지만, 여전히 문학을 매개로 소식은 주고받는다.

잡지 이름 ‘공통점’은 타인의 삶과 고통에 대한 공감을 차단하지 않고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체가 지향하는 이름에 맞춰 이들은 대표나 회장이라는 직함도 따로 두지 않는다. 청년작가들은 당초 1호 무크지만을 발행하고 접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2018년 청년센터에서 지원하는 청년커뮤니티에 선정되면서 2호까지 발간할 수 있었다. 이후 3, 4호에 이르렀고 앞으로 꾸준히 독립문예지를 발간할 계획이다.

“3호까지는 동인지 형식의 잡지였죠. 콘텐츠는 대부분 청년작가 중심으로 조명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멤버들이나 주변에 있는 가까운 작가들을 섭외하기도 했구요.”

조 씨는 4호부터는 무크지 형식을 새롭게 바꿨다고 한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마지막 할머니와 아모르 강가에서’로 등단하기도 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지면을 만들기 위해 등단과 비등단 구분을 없앴다. 또한 공통점에서 활동하지 않는 예비 작가뿐 아니라 익명의 투고를 받는 등 독자 참여 코너를 확대했다.

특히 이번 4호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불길한 상상력 ‘종말’을 주제로 한 코너가 눈길을 끈다. 종말에 대한 청년작가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 시대로 기억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종말을 상기함으로써 공동체 의미와 연대의 소중함을 되새기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한 이번 4호에는 김병관·김진선·류희석·박규현·양소정·장주영·정다연·정재율 작가가 시를 게재했으며 김나연·김도경·류시은·위지영·이기현·조온윤 작가는 산문을 실었다.

좌담 코너에는 김원경 작가가 기획한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주제로 한 글이 담겼다. 시각예술단체 ‘머피’ 소속 이철·정덕용 작가, 그리고 신헤아림 작가가 청년 예술인의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인터뷰 코너에서는 이서영 작가가 리소프린팅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각프레스’의 최지선 대표를 만나 여성 창작자로서의 고회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말에 5호도 발간할 예정이며 4호는 알라딘에 입고된 상태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취업이 힘든 시대, 문학을 붙들고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도전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답다. 매주 함께 모여 시와 소설을 공부하면서 문학 공동체로 성장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문향(文鄕) 광주의 전통을 이들 청년들이 꿋꿋하게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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