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부조
2020년 07월 10일(금) 00:00 가가
며칠 전, 결혼 성수기도 아닌데 푹푹 찌는 이 한여름에, 때아닌 청첩장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올봄에 치르려 했던 아들의 결혼식을 미루다 이제야 치르게 됐으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까지 함께 전송돼 왔다. 청첩장과 문자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부조금을 보낼 계좌번호를 이리저리 찾았지만 적혀 있지 않았다. 이번 주는 유독 코로나19가 극성이라, 솔직히 예식장 가기가 꺼려지던 차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보았지만 원하는 내용은 없었다.
부조(扶助)는 ‘서로 돕는다’는 상부상조(相扶相助)에서 유래한 말로 알려져 있다. 혼인이나 장례 같은 애경사가 있을 경우, 친지와 이웃들이 직접 와서 일을 거들어 주거나, 돈 혹은 물건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부조의 시작이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록상으론 조선시대에 이미 일반화됐다고 한다. 애초 혼례나 장례는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서로서로 도왔으며 잔치에 쓸 곡물·술·기름 등 현물을 보태 주는 게 상례였다.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현물을 주던 부조가 현금으로 바뀐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현금 부조는 조선 전기의 기록에 이미 보이긴 하지만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보편화됐다. 이후 미풍양속이라는 관념이 강해 현대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는 부조의 범위가 돌잔치나 환갑 등의 경사로까지 확대된다. 부조금은 크게 결혼·돌·환갑 등 경사에 내는 축의금과 장례식 등 애사에 내는 조의금(부의금)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부조는 애초의 정성을 보탠다는 의미보다는 축의금을 품앗이하는 ‘의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자 몇 명이 예식장을 방문하는 바람에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만큼 감염 위험이 높은 줄은 알지만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부조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광주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제 부조금은 온라인 송금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 듯싶다. 교회 신자들 또한 당분간 온라인으로 헌금하고 집안에서 예배를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
광주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제 부조금은 온라인 송금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 듯싶다. 교회 신자들 또한 당분간 온라인으로 헌금하고 집안에서 예배를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