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3 구제책’ 혼란만 부추긴다
2020년 06월 23일(화) 00:00
서울 주요대학들 내놓은 구제 방안 근시안적 발표 많아
비교과·특기활동 학교에서 최선 다해서 임하는 게 중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주차장에서 한 입시학원의 입시설명회가 '드라이브 스루'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따른 고등학교 3학년들의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주요대학들이 구제 방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경기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고려대와 경희대·서강대·숙명여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국외대 등 10여개 대학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 2021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고3들이 학생부 관리 및 학습 결손이 있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반영되는 비교과 영역이 졸업생보다 부실해 불리하다는 학생·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었다.

◇수도권 주요대 학종 “알아서 평가” 부분조정에 그쳐=하지만 최상위권인 연세대와 서울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 영역에 상반된 입장을 취한데다, 대부분 주요 대학들도 사실상 ‘알아서 평가하겠다’는 대책만 발표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연세대는 2021학년도 학종에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중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수상경력을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결석 사항에 대해서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교과활동이 기재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만으로 학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와는 정반대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손질했다. 수시에서 고3만 응시할 수 있는 학종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3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이와 함께 최근 고3 구제안을 발표한 대학들이 앞서 대책을 내놓은 서울대와 연세대보다 훨씬 소극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을 제시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대교협에 따르면 서울대와 같이 변경하겠다며 대입전형 계획 변경 심의를 신청한 대학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연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이 학종을 직접 손보는 대신 비교과 영역의 영향력이 적은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전형에서 비교과 점수에 만점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소극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학종에서는 수상경력·창의적체험활동·봉사활동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대신 일부 전형에서 출결, 봉사활동 등에 전원 만점을 주는 형태로 비교과를 뺐다. 이를 경기대, 경희대, 서강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이 따랐다. 숙명여대는 논술 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한다고 밝혔으나 학종에서는 종합적으로 감안해 평가하겠다고만 했다.

◇비교과 강화냐, 약화냐, 중립이냐…학생부 관리 혼란=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불만이 높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진학하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최저학력기준 등급 완화와 비교과 영역 중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수상경력 미반영이라는 정반대의 대책을 내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학생들로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른 대학들이 내놓은 대책도 비교과 영역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로 했기 때문에 실제 평가기준은 알 수 없으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결국 비교과 영역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한 고3 담임교사는 “서울지역 대학들의 입시계획 변경안을 보면 어떻게 바뀐 것인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찾기 어렵다”며 “학부모와 고3 학생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같은 상황에서 95%를 차지하는 재학생이 5%에 불과한 재수생에 비해 학종에서 별로 불리할 것도 없는데도, 고3 만을 위한 입시 변경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입시전문가는 “대학이 코로나19 등 미래를 충분히 내다보고 재수생도 고려한 대책을 내놨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너무 근시안적인 발표를 종용했다”며 “학교든 수험생이든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비교과, 특기활동을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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