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에 자기사람 심기…체육회 사유화”
2020년 06월 03일(수) 00:00
두얼굴의 광주시체육회장 <하> 말바꾸기에 신뢰 실추
탕평인사 약속 안지켜…상임위·공정위에 측근 다수 포진
광주시 눈치보며 사무처장 공석 4개월째 방치 리더십 실종
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의 자기부정 행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첫 민선 체육회장 체제는 ‘체육인에 의한, 체육인의 체육회’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재정 자립에 최선을 다하고, 엘리트 체육을 넘어 광주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체육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체육회를 이끌어갈 인사 구성은 사뭇 달랐다. 탕평·화합 인사를 표방했던 것과는 달리 김 회장 측근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기 때문이다. 이들 위원회를 꾸렸을 때 체육인들은 “선거후 논공행상을 하는 관선보다 나을 것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체육회 위원회 가운데 노른자위인 상임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상임위원회는 전체 위원 10명 가운데 당연직 위원(광주시 문화체육관광실장·광주시교육청 체육문화복지과장)을 제외한 8명(위원장 포함)을 김 회장이 임명했다. 상임위는 이사회 자문기구지만, 심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사회의 결정권을 넘어서는 파워를 갖고 있다. 심의 대상도 체육회 사업계획 및 예산에 관한 사항, 사무처 운영에 관한 사항, 구체육회 및 종목단체 임원 인준에 관한 사항 등으로 체육회를 좌지우지하는 기구다. 스포츠 공정위도 당연직을 제외한 전체 11명 위원 대부분이 김 회장이 낙점한 인물이다. 스포츠공정위도 체육 관련자 징계, 체육회 관계단체 임원후보자의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 인정 심의 및 구종목단체 임원에 대한 임원 심의 등을 다룬다.

이들 위원회는 최근 체육회장 출연금을 6억원(3년)에서 2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규정 개정을 실행, 시민 반발을 자초했다.시체육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공적인 역할을 망각하고 패거리, 친목·동호단체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행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만간 위원회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인들은 김 회장이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체육회장 선거에서 147표를 받아 전갑수 후보를 10표차로 누르고 곡절 끝에 당선했다. 당시 ‘김 회장의 중량감으로 미뤄 전갑수 후보에게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광주시생활체육회 회장, 광주시체육회 상임고문 등 30년 동안 광주 체육계에서 활동해온 경력으로 비춰 너무도 초라한 결과였다. 그만큼 체육계의 민심이 싸늘했다.

체육인 B씨는 “반대 표심을 아우르는 포용을 실천해야 할 회장이 사실상 체육회를 사유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김 회장을 반대했던 유권자들이 우려한 대목이 바로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취임 4개월 여 동안 사무처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등 체육회 조직을 방치하고 있다. 사무처장은 체육회 운영 등 실무를 책임지는 중책임에도 현재까지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민선 체육회로서 위상을 찾지 못하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관선 체제와 달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할 민선체육회장이 광주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체육회 주변에서는 ‘광주시에서 사무처장을 낙점해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체육인 C씨는 “출범 초기부터 관선의 적폐를 되풀이 하고 있는 광주시체육회에 언제까지 광주체육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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