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숲·식물 등 자연과 교감으로 ‘코로나 블루’ 치유
‘초록효과’ 주는 식물·나무·정원이야기 담은 책들
2020년 06월 02일(화) 00:00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54년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는 ‘월든’을 출간했다. 월든 호숫가 숲 속에 복원된 소로우의 오두막과 동상. <위키미디어 common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시민들은 스트레스와 우울감, 무기력증 등 정신적 피로감과 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원이나 숲,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의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바로 ‘초록 효과’이다. ‘집콕’을 하면서도 자연과 친밀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나무숲과 식물, 정원 등을 다룬 5권의 책을 소개한다.



▲‘야생의 위로’(에마 미첼 지음, 푸른 숲 펴냄·2020년)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창작자인 저자는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 그녀는 숲과 정원을 산책하며 나름의 치유 방식을 찾았다.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저자가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일 년 동안 자신의 집 주변을 거닐며 관찰한 평범한 식물과 곤충, 동물들을 기록한 것이다.

첫 장(章)인 10월에서 ‘채집 황홀’이라는 낯선 용어와 만난다.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자원을 찾아 나서면 ‘도파민’(Dopamine)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일시적인 흥분을 느끼게 한다는 용어로, 인류의 채집 수렵생활자였던 아득한 옛날부터 비롯된 것이다.

독자역시 반려견 ‘애니’를 데리고 숲을 산책하는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며 상모솔새와 민망초 등 생소한 생명들을 함께 관찰하며 위안을 받는다.

저자는 “내가 겪은 놀라운 효력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우울증 진단의 대책으로 자연산책이라는 관념이 더욱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한다.



▲‘식물의 책’(이소영 지음, 책 읽은 수요일 펴냄·2019년)

민들레, 제비꽃, 쑥, 수선화, 튤립, 복수초, 라벤더, 비비추, 개나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들이다. 그러나 막상 식물들의 꽃이나 잎모양 등 특징들을 설명하라고 하면 쉽게 입을 떼지 못한다. 저자는 식물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식물 특성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식물세밀화가’이다.

식물세밀화를 그리려면 식물의 서식지와 이름 유래와 같은 정보를 수집한 후 식물이 사는 곳에서 형태를 반복적으로 관찰해 그림을 완성한다.

저자는 “식물 하나하나를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더 많은 이야기,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식물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책에 수록된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전체적인 모습과 꽃, 열매, 씨앗, 뿌리 등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식물과 나무와 관련된 신화와 이름 유래, 특성 등이 그림과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힌다. 글과 그림 속에서 저자의 식물에 대한 애정이 배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세밀화는 미처 몰랐던 식물의 꽃 한 송이, 열매 한 톨에 독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만든다.



▲‘안아주는 정원’(오경아 지음, 샘터 펴냄·2019년)

저자는 매일같이 라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쓰던 방송작가였다.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하며 진통제를 먹고 잘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마당에 식물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일을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한 후 방송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떠났다. ‘초라하게 늙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7년간 조경학을 공부하고 다시 1년간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에서 인턴 정원사로 일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정원 설계회사를 설립하고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가드닝’에 관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정원이 우리 삶에 스며들면 삶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며 “나는 정원이 우리의 삶을 좀 더 건강하고, 품위 있게 만든다고 믿기에 그 소중한 변화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밝힌다. 이 책은 저자가 강원도 속초에 뿌리를 내리고 ‘가드닝’ 일을 하며 관찰하고, 느낀 생각들을 담았다. 영국 정신과 의사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정원이 주는 위안중 가장 큰 것은 ‘자신이 심은 씨가 발아되어 싹이 돋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라고 했다. 정원을 가꾸며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저자를 통해 독자들 역시 식물과 정원의 세계에 한발 깊숙이 발을 들일 수 있다.



▲‘나무의 시간’(김민식 지음, bread 펴냄·2019년)

소설가 김진명은 저자를 ‘한평생 나무를 ?아 세계를 떠돌았던 심미안적 보헤미안이자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인문주의자’라고 평했다. 저자 스스로는 ‘목수’라고 칭한다. 40여 년 동안 나무를 사고, 목재 가공품을 팔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빈 저자의 이력답게 나무에 대한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이 탄탄하다.

저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된 마차(스테이트 코치 브리타니아)를 비롯해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가 자작나무 합판을 굽혀 만든 의자, 셰익스피어가 고향집 마당에 심은 뽕나무 등 흥미로운 나무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고급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와 레인지로버 내부에 사용되는 목재와 고 박경리 선생이 대하소설 ‘토지’를 썼던 느티나무 좌탁,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장하는 침엽수(사이프러스) 등 저자의 발길을 따라 지구촌 나무여행을 하게 된다. 목재를 살피며 나무를 헤아려온 저자의 인생 속에 사람과 역사, 문화가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이 책은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가 ‘목수’의 손을 거쳐 어떠한 문화를 이루었는지 시공간을 오가며 새롭게 보여준다.



▲월든(Walden)’(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28살 한 청년이 1845년 3월 매사추세츠 주(州)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 숲속에 통나무집을 손수 짓는다. 그는 자연 속에서 홀로 2년2개월 동안 생활하며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이다. 그는 7년 뒤인 1854년에 그때의 경험을 기록한 ‘월든’을 펴낸다. 17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월든’은 현재도 읽히고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월든’에서 진실되고, 자유로운 인간의 길을 끝없이 질문한다. 또한 소로우가 자연을 예찬하면서 문명사회를 비판하는 주제들은 오늘에도 부와 명성을 쫓아가는 세속적인 성공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더욱 울림을 남긴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낯선 ‘코로나 19’와 마주하면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세태에서 벗어나 소로우처럼 자연과 교감하고,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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