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작업환경…목숨 위협받는 노동자
2인 1조 위반·보호설비 미비…광주·전남 사망사고 잇따라
김용균법 제정 불구 대책 마련 미흡…노동환경 개선 목소리
2020년 05월 28일(목) 00:00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최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제공>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법이 제정됐음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힘겹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년들이 위험하고 불안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2020명으로, 전년도(2142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17년(1957명)에 비해 늘어났다. 35세 미만 청년 노동자들도 매년 100명 이상 열악한 작업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지역 작업현장 내 목숨을 잃은 노동자 현황도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3명에 이른다.

최근 작업장에서 숨진 고(故) 김재순씨의 경우 2인 1조로 근무하는 안전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해당 회사는 당시 안전 관리자도 없었고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실한 안전 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해 지난 3월, 순천에서도 설비 기계에 끼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광주시 북구에서는 노동자가 화물차에 치어 숨졌다. 나주에서도 지게차를 이용해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 숨졌고 2월에는 광양에서 부두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철골 빔에 맞아 사망했다.

1월에도 광주시 서구 금호동 원룸 건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던 60대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다. 광주시 북구 동림동 환풍기 제조공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30)가 홀로 작업하다 머리가 끼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올 들어 매월 안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작업 현장의 안전 지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롯된 사고다.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 내 산재사망사고와 관련, 노동조합의 부재, 노동청의 무신경함 등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없어 노동자가 직접 안전 보장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조치 확립 등을 주장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노동청이 상시·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광주시가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사고를 계기로 지역 창고·공장 건축공사장 13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인 결과, 불과 5일(5월 7~14일)에 걸친 점검에서 48건의 지적 사항을 발견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추락하거나 낙하물에 부상을 입을 우려가 큰 경우가 16건에 달했고 감전 위험에 노출된 경우도 5건이나 발견됐다.

정부가 지난 2016년 5월 28일에 발생한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작업 현장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김용균 법’을 시행했음에도 현장에 미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노동계가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이같은 점을 감안, 올 1월부터 시행중인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김용균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더 나아가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경영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산업·중대재해가 발생해야만 관리 감독을 나가는 구조에서는 사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벌금이 2000만원에 불과한 만큼 기업의 최고책임자 및 법인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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