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다오 무등산아, 그날의 진실을!
2020년 05월 18일(월) 00:00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에 부쳐
오늘 5·18 민주화운동 40돌을 맞는다.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 광주 시민들은 군부 독재 정권의 야만적인 폭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를 지켜 내기 위해서였다. 처절한 고립 속에 펼쳐진 열흘간의 항쟁은 유혈 진압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봉화였다. 그 모든 과정을 무등산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5·18 정신은 80년대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나아가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우리가 40주년을 가슴 벅차게 맞이할 수 없는 것은 아직도 풀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발포 명령자 등 오월의 핵심 진실은 여전히 어둠에 묻혀 있고, 학살 책임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언죽번죽 망발을 일삼고 있다. 그동안 국회와 검찰, 국방부 등이 실시한 수차례의 조사가 여러 가지 한계로 부실하게 이뤄진 탓이다. 그 한계 중 결정적인 것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5·18 직후부터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군 기록을 집요하게 왜곡·조작·폐기해 버린 것이었다.

일부 극우 세력들은 이렇게 해서 생긴 빈틈을 이용해 갖가지 가짜 뉴스들을 만들어 내며 5·18을 악의적으로 왜곡·폄훼하고 있다. ‘5·18은 폭동’이라는 전두환 회고록이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망언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보수 단체들과 유튜버들이 광주 한복판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막말과 모독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최근 조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진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사위는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집단 학살 및 암매장, 인권 침해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되는데 앞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보다 치밀한 기법과 전략이 요구된다.

조사위의 활동 기간은 최장 3년이다. 특별법은 진상 조사가 종료되면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공인하는 진상규명 보고서가 나오면 5월 역사 왜곡과 폄훼를 막고 국민 통합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이번 조사는 5·18 진상 규명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과 광주시, 5월 단체,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전방위적 지원 활동에 나서야 하겠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보수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된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도 차기 국회에서 서둘러 재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이 오월의 역사를 바로 세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5·18’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길이다. 여기에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대대표가 당 일각의 5·18 폄훼·모욕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5·18 민주유공자예우법 개정안’ 처리 등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오랜만에 듣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오늘,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 기념식이 사상 처음으로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야제를 비롯한 기념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축소된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내실 있게 지속돼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광주 시민들은 코로나 확산 속에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대구 환자들을 위해 병상까지 기꺼이 내놓으며 나눔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실천했다. 80년 5월 광주 공동체가 주먹밥과 피를 나누면서 잠시 이뤄 냈던 대동 세상의 모습이다. 이처럼 우리는 5·18을 현재와 미래의 보편적 가치와 시대정신으로 살려 내야 한다. 그것은 ‘살아남은’ 우리들 모두의 책무다. 그리고 또 하나, 40주년을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80년 당시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등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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