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마을 버스 총격 진상도 꼭 밝혀내야
2020년 05월 14일(목) 00:00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은 광주 외곽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광주시 동구 월남동 주남마을에서 벌어진 잇단 버스 총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평화롭던 주남마을의 비극은 그해 5월 21일 광주에 급파된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 그 참상이 외부로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 외곽에 위치한 이 마을에 들이닥쳐 봉쇄 작전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1995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80년 5월 23일 오전 주남마을에 주둔해 있던 11공수여단이 광주~화순 간 국도를 지나가던 25인승 버스에 총격을 가해, 승객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돼 있다. 계엄군은 부상자 중 두 명을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고 가 총살한 후 암매장했다.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은 검찰 조사 등에서는 단일 건으로 결론지어졌지만 이후 유사 사건이 몇 건 더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작성한 ‘작전 상황 일지’에는 ‘5월 23일 오후 3시 30분 광주 소태 폭도 50명(버스 1대) 군부대 기습 기도. 군부대(11공수) 반격 소탕. 생포 3명(부상 2명). 사살 17명’으로 적혀 있다.

5·18 연구자들은 군·검찰 기록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버스 총격 사건이 모두 네 건이며 피해자는 33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생존자 한 명을 포함해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11명에 불과하고 22명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남마을은 5·18 당시 민간인 집단 학살 및 암매장의 현장이자 행방불명자들을 찾는 단서가 될 유력한 장소로 꼽히고 있다.

계엄군의 총칼에 짓밟힌 지 40년이 지났지만 주남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모내기철이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들의 아픔을 달래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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