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식물’
2020년 04월 07일(화) 00:00
“그 사람은 나무를 나무라 말하고, 나무를 친구라 부르던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나무도 나무로 한평생을 살며 스스로 나무라는 것이, 그리고 나무라는 이름이 한없이 좋았다.” 소설가 이순원의 소설 ‘나무’의 주인공은 할아버지나무와 작은 나무이다. 백 살쯤 되는 늙은 밤나무와 여덟 살쯤 되는 어린 나무는 계절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 나무를 처음 심은 ‘그 사람’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나무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인생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 이르게 첫눈이 내린 날 할아버지나무는 세상을 떠나며 교감을 나눴던 ‘그 사람’을 떠올린다.

작가는 100년 전쯤 배곯던 어려운 시절에 다섯 말의 밤을 당장 먹어 치우는 대신 민둥산에 모두 심었던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우화(寓話)소설로 썼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할아버지와 그 나무는 내게 사람과 나무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며,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 인생의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소설처럼 누구든 자신과 마음을 주고받는 식물이나 나무들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기르거나 보는 정도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교감한다면 반려식물이나 반려나무라고 이름을 붙일 만도하다. 한자로 반려는 짝 ‘반’(伴)과 짝 ‘려’(侶) 자를 쓴다.

코로나19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요즘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반려식물 키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 남구는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콩나물 키트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 이러한 반려식물 키우기는 심리적 불안감을 겪고 있는 구민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도록 하는 ‘심리 방역’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만화방창(萬化方暢·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나서 자람)의 계절이다.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는 가운데 겨울을 이겨 낸 나무에서 돋아나는 연초록 새잎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코로나19로 무거운 마음에 봄 햇살을 받아 발산하는 생명의 빛깔은 눈부시기조차 하다. 반려식물을 집안에서 기르고, 반려나무를 직접 심거나 또는 마음에 품으며, 엄혹한 코로나19 우울증을 이겨 내자.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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