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딴집서 만든 음악…초록 내음이 나죠”
새 앨범 ‘수니 리워크-1’ 발매 …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등
13곡 재작업 거쳐 수록
개 짖고 새 우는 섬
자연스러운 사운드 담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그 뭔가가 있더라”
2020년 04월 02일(목) 00:00
1997년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한국 포크의 대표적 명곡으로 꼽힌다. 장필순의 서걱거리는 음색과 따뜻한 멜로디로 숱한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 이 곡을 2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만난다면 어떨까.

장필순이 지난달 31일 선보인 새 앨범 ‘수니 리워크-1’(soony re:work-1)에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비롯한 그의 명곡 13곡이 재작업을 거쳐 담겼다. 16년째 제주 자연을 벗하며 지내온 장필순의 삶 속에서 새로운 내음을 입은 음악들이다.

그가 사는 제주 소길리는 개가 짖고 새가 우는 시간대를 피해 녹음해야 하고, 마당에서는 부엉이를 만날 수 있는 곳. 제주에서 유튜브 라이브 인터뷰로 만난 그는 “1997년의 음악 속엔 그 시대의 느낌이 담겨 있었다면, 지금의 제주 소길리 외딴집에서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것을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예전에 제 음악을 들으면 다들 도회적이라고 했어요. 그런 색채의 음악이 한편에 있었다면 제주로 이주해 오고 이 섬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음악의 품질은 떨어뜨리지 않되 ‘초록 내음’이 나는 음악들이죠.”

세 가지 버전이 담기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에서도 사운드를 비우며 더욱더 깊어진 정서가 느껴진다. 기타 버전은 단출한 기타 연주로 바로 옆에서 장필순이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피아노 버전은 음악적 동료 박용준의 “오롯이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연주되는 곡에 노래를 얹었다고 장필순은 말했다.

그는 “예전에 노래하고 녹음할 때는 오히려 엄청 예민했다. 잘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점점 철이 들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게 보였다”고 했다.

이번 앨범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은 1989년 발표된 ‘어느새’다. 장필순이 27살 때 부른 데뷔곡이 31년이 지나 재작업 앨범의 타이틀곡이 된 것.

장필순은 “가장 많이 사랑받은 곡 중 하나인데 사실 굉장히 멀리하고 살았다. 항상 새로운 음악에 집중하고 마음을 쏟다 보니 지나간 곡은 그 자체로서 보석처럼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어느새’를 재작업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가 “음악의 색깔은 일렉트로닉하고 하드한 느낌이 있지만, 제 목소리는 그 사이에 더 허스키해지고 나이도 느껴지게 됐다”고 하니, 인터뷰를 진행한 레이블 ‘최소우주’ 조동희 대표가 “목소리는 더 깊어지고 음악은 더 젊어졌다”고 보탰다.

과거 김민기와 장필순·한동준이 함께 노래한 ‘철망 앞에서’도 새 옷을 입었다. 이밖에 ‘보헤미안’이 두 버전으로 실리고 ‘햇빛’, ‘풍선’, ‘TV, 돼지, 벌레’,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흔들리는 대로’, ‘그대가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 등을 편곡 버전으로 새로 만난다. 음악과 삶의 동반자 조동익이 작업에 함께했다.

장필순은 재작업 앨범에 담긴 곡들에 대해 “어떤 기준을 두고 추린 건 사실 없다”며 “매 순간 작업할 때 하고 싶은 곡들을 골랐다”고 전했다.

그는 “30년이 넘는 동안 사랑받은 곡들 외에도, 너무 좋은 노래들인데 저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 있다”며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놓겠다고도 했다. 일단 이번이 첫 앨범으로, ‘리워크-2’ 발매도 계획한다. 이번 앨범은 5월 말께 LP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화상으로 조근조근 음악 이야기, 제주에서의 삶 얘기를 들려준 장필순은 “사실 굉장히 쑥스럽다”며 듣는 이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통을 가지고 음악을 창조해 내고 있는, 창작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고 많이 예뻐해 주셨으면 해요. 저는 소심한 사람이지만, 선배로서 제 자리에서 응원하고 세상의 모든 생명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삶을 살아갈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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