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2020년 04월 01일(수) 00:00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위성정당’(衛星政黨)이 탄생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거웠다. 과거 선거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터라 유권자들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위성정당’은 일당제 국가에서 다당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명목상의 정당을 말한다. 구색을 맞춘다고 해서 이른바 ‘구색정당’(具色政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가 보여 주듯이,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 혹은 일당 독재국가에서나 존재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여당과 제1야당이 버젓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이다.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총선에 첫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꼼수 경쟁’으로 본래 취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더라도 정당 득표율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획득하면, 비례 의석 배분에서 거대 정당들보다 더 많은 의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따라서 거대 양당으로서는 지역구 의석을 빼고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숫자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념·군소 정당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져, 지역과 조직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독식구조를 깰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욕심에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라는 꼼수까지 동원하면서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는 상실됐다. 결국 승자독식의 한국 정치 문화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끝나면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선거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정확히 1년 전. 대한민국 국회는 선거제 개혁안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고, 이 때문에 ‘동물 국회’라는 오명까지 썼다. 그렇게 싸움질을 하고 국민을 실망시킨 거대 양당이 이번에는 또 한 번 위성정당 창당으로 국민을 우롱했다.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의 독식 체제를 유지하자는 기만술이다. 유권자들이 현명하고 냉정하게 표로 심판하길 기대해 본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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