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방법
2020년 02월 18일(화) 00:00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를 고소했다가 취하했지만 계속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어느 일간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여권이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은 임 교수의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고소했지만, 집권 여당이 정치적 편협함을 넘어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고소 취하 과정에서 사족(蛇足)을 달아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 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진정한 사과보다는 고발의 당위성에 은근히 방점을 두는 정치적 ‘뒤끝’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당사자인 임 교수는 “민주당이 과거 (내) 이력을 거론하며 고소를 취하한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경과 함께 공식적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 성향 인사들이 선관위에 임 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에 나섰고 이에 질세라 보수 성향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야권도 일제히 집중 성토에 나서면서 임 교수의 칼럼 파동은 총선 이슈로까지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고소 취하에 유감 표명이 담겼으니 며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계산도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여당의 진정성이 걸려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절대 사과를 변명으로 망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이제 이해찬 대표가 나설 때다. 변명과 사족을 뺀 진심 어린 사과, 이것이 리더의 덕목이고 집권 여당의 자세다.

/임동욱 선임기자·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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