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효과’
2020년 02월 04일(화) 00:00 가가
4·15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총선 열기는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 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은 33%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전보다 6%포인트 늘어난 것이며 최근 20주 조사 결과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추이를 감안하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무당층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당층 33%’라는 수치는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찍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 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당층 증가의 근본적 원인은 기존 여야 정치권에 실망한 민심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국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청년 실업과 경기 침체,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민생 경제는 어렵고 그나마 희망을 품었던 ‘한반도의 봄’도 오히려 멀어져 가고 있다. 정치권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집권 세력은 통합과 포용을 통해 미래의 길을 열어 가지 못했고, 탄핵을 당한 세력은 반성과 혁신보다는 선동과 충돌로 일관했다. 국민을 갈라 분열로 내몰기도 했으니 ‘조국 사태’는 그 극명한 사례다. 무당층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무당층의 증가에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편으로 정치권에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4·15 총선 결과가 기존 정치권에 비판적인 무당층의 선택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높아 여야의 ‘혁신 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미래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당층의 표심이 정치권의 혁신 동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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