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틀어진 얼굴
2020년 01월 23일(목) 00:00

[이경민 전남대치과병원 교정과 교수]

수능을 치르고 대학교 신입생이 될 생각에 설레는 A양은 친구들과 놀러 가려고 옷을 챙겨 입으면서 거울을 봤는데 갑자기 얼굴이 틀어져 보이고 입술이 삐뚤어져 있는 것에 놀라 치과병원을 찾아왔다. 처음에는 어느 병원에 가야할지 몰랐는데 평소 치아가 삐뚤어져 있어 그로 인해 얼굴이 틀어졌나 싶어 치과병원에 갔고, 안내 데스크에서 치과 교정과로 안내받았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A양 같은 고민으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이 틀어져 있었어요” 환자들은 이렇게 얘기하지만, 얼굴뼈 및 턱 성장은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고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얼굴뼈 및 턱 성장은 언제 일어나는 걸까? 보통 얼굴뼈는 크게 상악이라고 부르는 위턱과 하악이라고 부르는 아래턱으로 나눠진다. 상악은 눈 및 코뼈와 연결돼 있지만, 하악은 실제로 턱관절과 근육으로 연결돼 있을 뿐 상악과는 분리돼 있다. 상악은 하악보다 보다 일찍 성장이 끝나지만, 하악은 좀 더 늦게까지 성장한다. 키와 같은 일반적인 신체 성장은 여자의 경우 초경 후 1년 이내에 성장을 완료하고, 남자의 경우는 보통 중학년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급성장을 한다. 이러한 신체적 급성장 시기에 얼굴뼈도 같이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턱은 좀 더 늦게까지 성장하므로 교정 의사들은 아래턱 성장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얼굴이 틀어지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얼굴뼈 성장은 좌·우측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좌·우측이 동일한 비율로 동시에 일어난다면 얼굴의 비대칭이 생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얼굴뼈의 성장 특히, 아래턱이 오랫동안 성장을 지속하면 주걱턱이라고 불리는 하악 과성장의 양상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좌우측이 불균형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얼굴의 비대칭이 생긴다. 따라서 주걱턱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얼굴의 비대칭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A양처럼 본인의 치아가 고르지 않고 삐뚤어서 얼굴이 틀어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굴 비대칭의 근본 원인은 이러한 비대칭적인 얼굴뼈 성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턱 성장이 정상인 사람들은 비대칭이 전혀 없는 것일까? 어느 정도까지가 치료 대상인가? 정면을 바라보고 얼굴의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후 얼굴 비대칭 정도를 분석하게 되는데, 이때 좌·우측으로 약 2도 이내로 틀어져있는 비대칭은 정상으로 간주한다. 정확히 얼굴이 대칭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도 이상의 틀어짐이 관찰되는 환자들은 무조건 얼굴이 틀어져 보이는 걸까? 그렇지 않다. 교정 의사가 방사선 사진으로 분석하는 얼굴의 비대칭 결과는 얼굴뼈만을 가지고 분석한 것이고, 실제로 우리가 보는 얼굴의 비대칭은 연조직 즉, 살이 덮고 있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얼굴뼈의 비대칭이 있더라고 얼굴의 연조직이 있기 때문에 비대칭 정도가 가려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얼굴뼈의 비대칭 정도가 심해 연조직이 가려주는 효과가 의미 없다면, 비로소 A양처럼 거울을 봤을 때도 뚜렷하게 비대칭이 관찰되는 것이다.

이러한 얼굴의 비대칭은 어떻게 치료할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얼굴의 비대칭은 얼굴뼈의 비대칭적 성장이 원인이므로 원인 제거를 위해 얼굴뼈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얼굴뼈의 위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턱뼈를 절제하는 턱교정 수술이 필요하다. 흔히 알고 있는 양악 수술이라는 용어는 그 단어의 의미만 살펴본다면 위턱과 아래턱을 수술한다는 뜻인데 보다 정확한 용어는 턱교정 수술 또는 악교정 수술이 되겠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얼굴의 비대칭을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계획을 세운 후 위턱과 아래턱을 수술할지 아래턱만 수술할지 교정 의사 및 수술 의사와의 정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한 후 행해지는 턱교정 수술은 일부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미용 목적의 수술과는 차이가 있다.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얼굴이 틀어져 보인다고 생각되면 고민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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