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옥 '광주 계림 미술관'으로 변신
2020년 01월 21일(화) 00:00
전남대 미술 동아리 ‘그리세’ 주도
주민들의 문화예술공간
프로-아마추어작가 만남의 장
2월 7일까지 '내 마음속 계림동’전

7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공간을 리모델링한 광주계림미술관은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자개농방으로 영업을 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전시장 사무실문과 정원으로 통하는 뒷문은 자개로 만들었다. 정문은 중국집 시절 사용하던 문 그대로다. 1947년 상량을 올린 집은 4번의 증개축 과정을 거쳤고 만화가게, 주점 등 다양하게 활용되며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졌다. 내부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낡은 한옥 느낌을 그대로 살렸고, 울퉁불퉁한 바닥 역시 옛 모습을 남겼다.

지난 18일 옛 계림파출소 뒷편에 문을 연 광주계림미술관(광주시 동구 경양로 273번길)은 최근 계속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져 가는 삶의 공간들을 기억하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공동체를 꿈꾼다.

미술관은 전남대 순수미술 동아리 ‘그리세’(회장 손희하 전남대 국문과 교수)가 운영한다. 1969년 출발한 ‘그리세’는 지금까지 1000여명의 회원을 배출한 대표적인 대학 문화예술동아리다. 중견 서양화가 최상준 작가를 비롯해 채종기 은암미술관장, 이장한 작가 등이 그리세 출신이다. 미술을 전공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미술 실기와 이론을 가르치고 매년 2~3회 전시회를 열었던 40년 전통의 ‘그리세’는 2000년대 초 사라졌다. 학생들이 취업에 도움되는 동아리를 선호하면서 서예, 연극, 클래식 연주반 등이 사라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리세’ 회원들은 예술을 즐기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소박하게 미술관을 준비했다.

미술관 자리는 채종기 관장이 중학교 1학년부터 살았던 곳이다. 거리에 인접한 가게는 최근 10여년간 비어 있었고 뒷쪽 거주 공간은 은암미술관이 몇년 동안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리모델링은 회원들이 직접 맡았다. 특히 기자·사업가를 거쳐 문화재 보수 기술자로 대목장인 채승석 그리세 이사가 중심이 돼 지난 8월부터 5개월간 공사를 진행했다. 바닥을 다지고, 천정을 철거하고, 뒤쪽으로 전시 공간을 확장했다. 그는 ‘그리세’에서 자유를 배웠고, 늘 자유로운 삶을 꿈꿨다고 말한다.

미술관은 공간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채 이사가 뚝딱뚝딱 만들어낸 책장 등이 눈길을 끌고 그의 친구가 사찰에서 떼온 녹색 문짝은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됐다. 자개문은 아파트에서 버려진 것을 주워와서 달았다. 5년간 그늘에 말린 박달나무로 만든 탁자도 인상적이다. 만화방을 기억하기 위해 만화책도 가져다 둘 생각이다.

전시장 뒷문을 열고 나가면 정원과 안집으로 연결된다. 전시관 옆에는 작은 공연장을 마련했다. 지역 밴드들의 버스킹 공연이나 1인극, 퍼포먼스, 아마추어 가수들의 무대 등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정원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재개발 지역들은 모든 기억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계림동의 기억을 보존하는 게 필요하죠. 주민들이 마음을 줄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계림미술관은 무엇보다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들의 만남의 장을 꿈꾼다. 문화를 향유하려는 일반인들의 욕구가 커졌고, 그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은 이들도 많아졌다. 예향 광주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 지역 역시 재개발이 확정돼 3~4년 후면 미술관 역시 사라질지도 모른다.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한 끝없이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관전은 국군광주병원 등 5·18 사적지를 촬영, ‘SOS 풍경’전 등을 진행한 ‘목요사진’을 초대했다. 계림동의 삶과 풍경을 앵글에 담은 ‘내 마음속 계림동’전에는 김형주·오형석·엄수경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2월7일까지 열린다. 월요일 휴관.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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