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스핀
2019년 12월 20일(금) 04:50 가가
바다에서 상어와 직접 부딪치거나 상어에게 해를 입은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상어 하면 대부분 바다의 포식자나 식인 괴물을 떠올리게 된다. 상어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은 아마도 1975년 개봉한 ‘죠스’라는 영화에서 식인 백상아리의 포악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됐고, 이후 비슷한 영화들이 인기를 끈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해양소설 작가로 영화 죠스의 원작 소설을 쓴 ‘피터 벤츨리’는 나중에 상어 400여 종 가운데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3종에 불과하며 다른 맹수에 비해 공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통계적으로도 상어에게 목숨을 잃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한 해 10명 이하에 불과하다. 피터 벤츨리는 죠스 개봉 이후 상어 불법 포획이 대폭 증가, 북대서양에서만 백상아리 수가 79%나 감소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평생 상어 보호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상어가 한 해 수천만 마리 정도 포획되는 이유는 ‘삭스핀’ 요리 때문이다. 상어 지느러미는 중국인의 잔치에 반드시 들어가는 최고급 요리의 재료이다. 광동 지방에는 ‘삭스핀이 없으면 잔치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삭스핀 요리는 중국 명나라 함대가 아프리카까지 긴 항해를 하던 중 식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원주민들이 먹다 버린 상어 지느러미를 끓여 먹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삭스핀 요리를 부와 명예의 잣대로 여긴다. 그래서 부자의 경우에는 결혼식에 상어 수십 마리의 지느러미를 쓰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값도 비싼 편이다. 상어 고기는 1kg당 1달러지만 지느러미는 100달러나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어선들이 지느러미만 잘라낸 뒤, 상어는 바다에 버리기도 한다. 고급 음식으로 부를 과시하려는 인간의 욕심과 허영 탓에 상어는 결국 멸종 위기에 몰렸다.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킨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들이 지난 12월 12일 한자리에 모여 삭스핀을 포함한 오찬을 즐겼다고 한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국민을 학살한 세력들이 하필 인간의 욕심에 희생된 상어의 지느러미 요리를 즐겼다고 하니 더욱 가증스럽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킨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들이 지난 12월 12일 한자리에 모여 삭스핀을 포함한 오찬을 즐겼다고 한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국민을 학살한 세력들이 하필 인간의 욕심에 희생된 상어의 지느러미 요리를 즐겼다고 하니 더욱 가증스럽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