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범위
2019년 12월 18일(수) 04:50
취업 준비생 A씨는 3년째 전남대 후문 원룸촌에서 친구와 살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은 다르지만 ‘취준생’이라는 공통점에 월세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B씨는 동료랑 나주 혁신도시 아파트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둘 다 미혼이라 주말이면 전남 지역 관광지나 맛집 투어를 다닌다.

이들처럼 가족은 아니지만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가르쳐 ‘간헐적 가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은 혈연·혼인·입양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말한다. 가족 구성원 수는 네 명이 모델이다. 부부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낳는 것을 이상적인 가족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초생활수급비나 이혼 시 양육비 산정도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1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비중이 29.8%로 ‘부부+자녀’ 가구(29.6%)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30년 만에 4인 가구 비중은 30%에서 17%로 줄고, 1인 가구 비중은 9%에서 30%가까이 증가했다. 2047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절반이 65세 이상의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가정법원은 이혼조정실 입구에 있던 ‘4인 가족상(像)’을 최근 철거했다. 47년전인 1972년 설치된 작품으로 2012년 서초동에서 양재동으로 이전한 후에도 청사를 지켜 왔는데, 서울변호사회가 4인 가족상이 요즘 가족 형태와 맞지 않다고 지적하자 철거한 것이다.

가족의 범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얼마 전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가족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했고,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67.5%에 달했다.

아직도 우리 민법은 가족을 혈연과 혼인으로 연결된 2인 이상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애당초 가족을 이룰 수 없게 돼 있다. 열린 마음으로 가족 개념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유형의 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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