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자
2019년 12월 13일(금) 04:50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제주도 여행 시 차량을 렌트하였다. 차량 번호가 제주 허로 시작한다. 모두 제주 허 씨가 된다. 차량을 반납할 때 긁힌 것이 있으면 변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연료도 렌트할 때만큼의 양만큼 보충하든지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안내한다.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일행은 없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육신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영혼이 현재의 나의 육신을 렌트해서 살고 있다. 어디에서 렌트했을까? 염라청에서 렌트했다. 우리가 이 육신을 다 사용했으면 염라청 염라대왕에게 육신 반납을 해야 한다.

우리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혼만 있고 육신이 없는 것을 귀신이라 하고, 영혼은 없고 육신만 있는 것을 시체라고 한다. 지금의 나는 나의 육신이 영혼 체험을 하는 영적 체험이 아니라, 나의 영혼이 육신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험이 끝나면 이 육신을 반납해야 한다.

염라대왕은 한 발로는 물소를 밟고 있고, 또 한 발로는 사람의 사체를 밟고 있다. 물소는 탐욕과 무지를 상징하고 인간의 사체는 아만(我慢)을 상징한다. 차량을 렌트할 때 상처 난 것은 수리하고 반납하듯이 이 육신도 반납할 때 탐욕과 무지 그리고 아집을 다 없애고 반납해야 한다.

수리하지 않으면 염라대왕에게 변상을 해야 한다. 염라대왕은 수리를 하지 않은 심신을 반납하면 죄를 주지만, 자신의 수리만 잘하고 반납하면 우리는 염라대왕과 상관없이 대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해년을 보내며 그때그때 수리를 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꺼번에 수리하려면 묵은 때가 잘 벗겨지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고도 죄를 짓고, 모르고도 죄를 짓는다. 알면서 짓는 죄는 아집이며 모르고 짓는 죄는 무지이다. 알고 짓는 죄는 언젠가 고쳐지지만 모르고 짓는 죄는 고칠 기약이 없기 때문에 더 심각한 죄가 되는 것이다.

상처 난 차량을 수리하듯 마음의 무지와 아집을 없애는 공부를 원불교에서는 참회라 한다. 참회(懺悔)의 참(懺)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이요, 회(悔)는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맹세의 뜻이 깃들어 있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는 “참회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의 길을 개척해 가는 초보이며, 악도를 놓고 선도에 들어가는 초문”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참회는 뉘우치고 속죄하는 의미보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이 더 많다. 때문에 무슨 일을 잘못해서 뉘우치고 속죄하는 의미에서 참회하기보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공부가 참회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평균 21일을 반복해야 습관이 바뀐다고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21일간 계속해야 몸에서 변화가 생겨 신경을 안 써도 몸이 자동적으로 5시에 눈이 떠진다고 한다.

좋은 습관은 들기가 어렵고 나쁜 습관은 들기가 쉽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마음 속의 탐진치(貪瞋癡)라는 삼독심을 없애야 한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려면 먼저 마음속의 모든 욕심을 놓아야 좋은 습관이 들며, 좋은 습관이 들어야 내가 원하는 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보성 대원사 연지문에 왕 목탁이 걸려 있다. 두 손으로 목탁을 잡고 이마로 세 번 치면서 염불을 하라고 안내한다.

나쁜 기억 사라져라. 나무아미타불,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미아미타불, 나의 원수 잘 되거라. 나미아미타불.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는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 원한을 맺어 주고 불평을 갖게 해 주면 그것이 곧 자기 자신에게 무형한 감옥이 되나니라”고 하였고 이어서 “모든 죄의 근본은 오직 마음에 있나니 소소한 일이라도 남에게 척을 걸지 말라. 그것이 모든 악연의 종자가 되나니라”고 하였다.

2019년 기해년을 마감하면서 육신의 죄를 씻는 방법으로 마음의 삼독심을 없애는 참회의 기도로써 마음 속의 무지와 아집이라는 어둠을 걷어내는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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