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식별
2019년 11월 27일(수) 04:50 가가
전쟁에서는 ‘피아식별’(彼我識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할 경우 오인 사격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彼我)란 ‘그와 나 또는 저편과 이편’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식별’(識別)은 분별하여 알아본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우군인지 적군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놓고 일부 국내 정치인과 보수단체들이 취하는 행태를 보면 피아식별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이다. 그동안 꾸준히 액수가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는데, 미국이 갑자기 올해 다섯 배가 넘는 6조 원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가 간 동맹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꾼 스타일 외교’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에 대해 심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연장한 지소미아도 애초 원인 제공은 일본 정부가 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의 기습적인 한국 수출 규제 등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오히려 한국 정부를 매도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과 보수단체들은 지소미아 종료는 ‘자해 행위이자 국익 훼손 행위’ 라며 단식을 하고, 거리 집회를 하면서 정부를 공격했다. 결국 지소미아는 조건부 연장이 되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각각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지소미아 연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익을 내팽긴 채 미국과 일본 편에 서서 ‘내부 총질’을 하며 정부 흔들기에만 여념이 없는 세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미 동맹과 한일 동맹, 특히 한미일 삼각 동맹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외교와 안보는 떼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가 간 동맹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와 안보에서 있어서는 철저히 국익(國益)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cki@
한미 동맹과 한일 동맹, 특히 한미일 삼각 동맹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외교와 안보는 떼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가 간 동맹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와 안보에서 있어서는 철저히 국익(國益)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