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식 칼럼-논설실장·이사] 광주 환경의 마지막 보루, 민간공원
2019년 11월 20일(수) 04:50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진다고 하지만 온통 빌딩들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는 사철의 흐름을 제때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어도 그 정취는 아스라할 뿐이다. 치솟아 오르는 고층 건물과 성냥갑 아파트들이 장벽을 두르며 자연과의 교감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비율(79%)이 가장 높은 수직의 콘크리트 도시 광주에서 그나마 사계의 순환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시공원이다. 그곳에선 계절의 지표인 나무와 풀꽃들을 만날 수 있다. 제1호인 광주공원을 비롯해 현재 지정된 도시공원은 636개소(1994만㎡)이다. 하지만 공원 조성을 마친 곳은 395개소(875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민 1인당 공원 조성 면적(6.0㎡)은 전국 시도 중 최하위권이다.



그 사업 ‘특례’인가 ‘특혜

한데 이들 도시공원이 내년 7월부터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도시계획상 공원용지로 지정됐지만 20년 이상 조성되지 않은 부지를 도시공원에서 자동 해제하는 ‘일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광주에서만 25개소의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공원 용지로서 효력을 잃은 부지는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할 수 있게 돼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녹지가 무더기로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해당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 광주 지역 25개 공원의 부지 면적은 1101만㎡로 국제 규격 축구장 1540여 개 크기다. 이를 매입하는 데는 1조 8000억 원, 공원 조성 비용을 합치면 2조 8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시가 일찌감치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연차별로 매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어차피 그러지 못한 마당에 현재 재정 형편으로는 감불생심(敢不生心)이다.

공원부지를 사들이자니 돈이 없고 손 놓고 있자니 난개발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다. 30% 미만의 주거 및 상업시설이 가능한 일부 부지를 민간업자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금으로 나머지 70%의 공원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이다.

광주시는 25개 도시공원 가운데 15곳(268만㎡)은 2023년까지 2613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토지 보상과 공원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중 아홉 곳(832만㎡)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된다. 특히 중앙1·2, 중외, 일곡, 운암산, 신용(운암) 공원 등 2단계 사업 대상은 비공원 시설 면적을 평균 9.3%로 대축 축소해 녹지와 휴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했다.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 운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덕분이다.

이처럼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꼽혀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광주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어쩌다 최근 위기에 봉착하게 됐을까. 전국에서 유일하게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8일 민간공원 2단계 5개 공원 6개 지구에 대해 정량 평가와 시민심사단 및 제안심사위원회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 최고의 노른자위 터로 관심을 모았던 중앙공원의 경우 1지구는 광주도시공사, 2지구는 금호산업㈜이 선정됐다.

그러나 일부 탈락 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광주시는 한 달 가까이 특정 감사를 벌여 지난해 12월 모집 공고와 평가 과정에서 토지 가격 산정 부적정, 지역업체 평가 미반영, 평가 보고서 유출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일부 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이와 함께 중앙공원 1지구는 광주도시공사에서 ㈜한양으로, 2지구는 금호산업㈜에서 ㈜호반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파장을 불렀다. 민관 거버넌스 참여자들마저 시의 감사 착수 배경과 결과는 물론 우선협상자를 재공모하지 않고 재평가를 통해 변경한 점, 그리고 공익성 확보를 위해 참여했던 도시공사가 돌연 그 지위를 자진 반납한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급기야 환경단체들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고, 경실련은 지난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광주지검은 지난 9월 초 광주시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 최종 순위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평가표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담당 간부 공무원을 구속했다. 기각되긴 했지만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에 대해서도 공모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업 신청자는 심사 결과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도 시가 탈락 업체의 이의를 받아들여 감사에 나선 행위, 도시공사의 협상자 지위를 자진 반납하게 한 행위 등을 ‘직권 남용’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들은 명백한 평가 오류가 많아 감사를 실시해 바로잡았고, 이를 통해 탈락 업체들의 소송 제기 등 혼란을 막은 ‘적극 행정’ 행위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처럼 의혹은 난무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와 입장은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니, 향후 검찰이 그 진상을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직권 남용’인지 ‘적극 행정’인지에 대한 판단은 기소 후 법정 공방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공공성은 확보해야

인가하지만 앞으로 결과야 어찌 되든, 감사와 수사가 거듭되면서 이미 광주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업 차질이다. 일몰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내년 6월 말까지 실시계획 인가 절차를 밟지 못하면 공원 부지를 해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은 광주의 허파다. 천연 공기 청정기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 변화를 완화한다. 폭염, 침수,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준다. 환경 복지를 가능케 하는 ‘그린 인프라’인 셈이다. 또한 녹지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활력과 위안을 준다. 그러나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키기 어렵다. 정부가 지자체에만 보호의 책무를 떠넘길 게 아니라 예산 지원과 일몰제 시행 시점 연기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광주시는 민간공원 사업이 시민들과 미래 세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겨 공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시민들도 녹지 환경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도록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계절이 살아 숨 쉬는 영원한 ‘녹색 도시 광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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