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농부들의 꿈 ‘열아홉 쌀’에 담았죠”
[인터넷 펀딩 통해 직접 키운 쌀 전국에 판매 전남생명과학고 학생들]
3학년 1반 학생들 품종 선택·모내기·비료 제작 벼 재배 전 과정 직접 해내
펀딩 후원 목표액 8배 달성...학생 절반 농업관련 진로 결정
2019년 11월 18일(월) 04:50
강진 주민들의 밥상에는 늘 특별한 밥이 올라왔다.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옛 강진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씨를 뿌려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이다. 지역 주민들은 추수가 끝날 즈음이면 이 쌀을 앞다퉈 예약했고, 오프라인만으로도 늘 매진을 이뤘다.

올해 전남생명과학고 3학년 1반 담임을 맡은 김삼열(32) 교사는 색다른 도전을 제안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국민에게 학생들이 손으로 키운 좋은 쌀을 소개해 보자는 것. ‘열아홉쌀’이 탄생한 배경이다.

고등학생들이 인터넷 펀딩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하는 ‘열아홉쌀’이 화제다. 학생들과 김 교사, 외부 초청강사 ‘우렁이총각’이 머리를 맞대 품종 선택부터 모내기, 친환경 비료 제작까지 손수 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쌀은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된다. 14~26일 총 12일에 걸쳐 총 50만원의 후원 약속을 받는 데 성공할 경우 결제를 진행하고, 후원자들에게 쌀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펀딩 개시 당일 2시간만에 목표 후원액을 100% 달성한 이번 프로젝트는 17일 현재 목표액의 8배가 넘는 436만여원의 후원을 받았다. 1학기 동안 반장을 맡았던 김민하(19)군은 “펀딩이 성공할 줄 모르고 재고 수량을 줄였는데, 이렇게 큰 기대를 받으니 놀랍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농사를 전공하는 이들에게 인터넷 펀딩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동네 시장에서 작물을 판매한 경험은 있었으나, 인터넷 세계에서는 보다 치밀한 판매 전략과 차별성을 갖고 있어야 했다.

“육체가 힘든 것보다 정신이 힘든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관련 경험도 부족해서 판매 계획 구상조차 감이 안 잡혔어요. 끝까지 격려해주신 담임 선생님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열아홉쌀’은 다른 시중 쌀과 달리 440g 팩 4개에 담겨 있어 색다르다. 김군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름이 쓰인 각 팩에는 1년동안 쌀을 키워 온 3학년 1반 학생들의 한 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있는 쌀과 경쟁하면 많이 밀릴 것 같았어요. 시장에서 치고 나올 수 있는 특별함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각 계절에 농사 짓던 우리들의 스토리, 일상을 담기로 했어요. ‘열아홉쌀’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죠. 3~4일 동안 회의를 거쳐 고른 이름입니다. 고등학생이 펀딩하는 것이 색다른 점이니까 티를 내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학교 다니면서 이번 만큼 농사를 열심히 지은 적이 없었다”는 김군은 이번 경험을 통해 대학에 진학, 더 전문적인 농업을 배워 귀농하겠다는 꿈을 굳혔다. 김 교사에 따르면 프로젝트를 마친 3학년 1반 학급 내 절반은 순수농업을 하고자 하며, 다른 절반은 농업계 관련 업종을 이어가고자 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을 내세운 게 아니라 농부로서, 판매자로서 실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으니 결과와 무관하게 프로젝트는 성공했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포장, 고급화 전략, 타게팅 판매전략 등 색다른 아이디어로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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