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농부화가’ 박은용의 일생을 보다
2019년 11월 14일(목) 04:50 가가
박종석 작가, ‘석현 박은용’ 출간
450페이지 올컬러 평전
20일부터 갤러리생각상자서
‘비가! 바람이 전하는 말’전
석현 삶 담은 20m 대작 전시
450페이지 올컬러 평전
20일부터 갤러리생각상자서
‘비가! 바람이 전하는 말’전
석현 삶 담은 20m 대작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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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용 작 ‘자화상’ |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석현(石峴) 박은용(1944~2008) 10주기 특별전은 ‘비운의 천재화가’, ‘고독한 농부화가’로 불렸던 그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취재 당시, 석현의 후배로 그와 30년 넘게 인연을 맺으며 그의 평전을 준비중이었던 한국화가 석주(石 洲) 박종석 작가와 동행했는데 박 작가는 언제나 비주류였던 그를 ‘영혼이 맑은 사람’, ‘성자’라 표현했다.
석현이 살아 있을 때부터 숱한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수집해온 박 작가가 집필한 이번 책은 무엇보다 충실한 아카이빙이 눈에 띈다. 석현의 대표 작품을 비롯해 육필 원고, 강연균·배동환 화백 등 동료·가족과 나눈 편지와 엽서, 그의 삶을 생생히 엿볼 수 있는 사진 등을 빠짐없이 챙겼고 그의 일생을 촘촘히 기록해 나갔다. 다른 전문가들이 석현을 연구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450페이지 올컬러로 제작된 평전은 박은용의 삶과 예술을 3부로 나눠 기술했다. 6·25전쟁으로 파괴되어버린 어린 시절과 대학·교직 생활을 습작기로, 1983년 서울 발표전으로 화단에 각인 된 뒤 병원생활과 재혼 시기를 모색기로, 그리고 두강화실 짓기와 사평시장 연작을 비롯해 생을 마친 2000년까지를 정착기로 구분했다.
광주시 동구 지원동 생각상자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내 걸리는 ‘비가, 바람이 전하는 말’은 장지에 수묵담채로 그려낸 대작이다. 작품은 책에서 언급한 인생 3분기를 토대로 제작했다. 해맑은 얼굴로 고향 진도 울돌목을 건너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작품은 어린시절, 대학시절, 서울 전시 등 석현의 희로애락을 표현해냈으며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등 석현의 작품을 재해석해 채워넣었다.
전시에서는 푸른하늘이 화면을 채우고 있는 ‘삼세’, 허백련 등 지역 작가들의 초상을 담은 ‘임류’ 등 석주의 또 다른 작품과 백상옥 작가가 석현의 ‘얼’ 스케치를 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전시한다.
무엇보다 석현이 드로잉으로 그린 ‘자화상’도 만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1992년 대학원 석사논문을 마친 후 호남회화사에 조명되지 않은 서화가들을 꾸준히 조명해 온 박 작가는 학포 양팽손을 다룬 ‘부러진 대나무’, 염재 송태회의 삶과 예술을 정리한 ‘세한을 기억하고’를 펴냈으며 두 책 출간 당시에도 그들의 삶을 담은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오픈식 및 출판기념회는 20일 오후 4시 열린다. 일요일, 공휴일 휴관.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