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비극 씨앗된 ‘로또 당첨’
2019년 10월 14일(월) 04:50
집까지 사줬던 형이 빚 독촉 갈등에 동생 살해
수년 전 당첨된 ‘로또 1등’이 우애 깊던 형제간 참극의 씨앗이 됐다. 로또 1등에 당첨돼 동생에게 집까지 사줬던 맏형이 휘두른 흉기에 동생이 숨진 것이다.

13일 전주경찰에 따르면 동생에게 A(58)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 10분께 동생 B(49)씨가 운영하는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의 한 전통시장의 가게를 찾아가 동생을 살해했다. 만취한 A씨는 이날 동생과 말다툼하던 중 흉기를 꺼내 동생의 목과 등을 수차례 찔렀다. B씨는 주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조사와 주변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형제는 평소 우애가 깊고 사이가 좋았다. 수년 전 A씨는 전주에서 구입한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한 8억 원 상당을 수령했고, 동생 B씨에게 집까지 사줬다. A씨는 다른 형제 2명에게도 당첨금 일부를 나눠줬다.

이후 A씨는 나머지 당첨금을 투자해 정읍에 식당을 개업했지만, 결국 불행의 화근이 됐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으나 갈수록 경영이 악화된 것이다. A씨는 고민 끝에 과거 자신이 사준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 원을 빌려 가게에 재투자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A씨는 최근엔 동생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이자(월 20여 만원)마저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은행에선 동생 B씨에게 이자상환 등을 독촉했고, 그동안 별말 없이 참아오던 동생도 형에게 빚 독촉을 하는 등 형제간 다툼이 잦아졌다고 한다.

A씨는 사건 당일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마시던 중 또 다시 동생의 빚 독촉 전화를 받았고, 서운함 마음에 동생의 가게를 찾아갔다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주=박기섭 기자 ·전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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