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합당한 방법에 따라 교육 변화 이끌어야
2019년 10월 07일(월) 04:50

[이세천 전 광주학생해양수련원장]

상산고를 비롯하여 서울 부산, 경기 등의 자립형 사립학교 재지정 문제로 갈등이 부각되며,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하여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변화된 세계에서 먹고 살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도, 대학 입시나 교직원들의 이해와 맞물려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다. 좌고우면 하지 말고 오직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편 아무리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지라도 소수에게만 특혜가 주어지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여 오히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영재고 등은 학생들에게 입시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설정하여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애초의 설립 취지를 벗어나 의대나 명문대로 진학하는 수단으로 삼는 학생들이 늘어나 이를 바로잡을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자사고는 기대했던 창의성 교육에 접근하지 못하고,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편중된 교육 과정 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곳이 많았다. 학교 내 계층 갈등도 점점 확대되고, 교육 환경 구축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어려워, 스스로 일반 학교로 전환하거나, 교육청의 평가에 못 미쳐 탈락하는 경우도 생겼다.

자립형 사립학교 지지자들은 이를 축소하려는 정책에 대해 교육 선택권을 부정하고 하향 평준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으며 성급하게 자사고를 없애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문대 합격 점유율 등에서 계층 갈등의 문제가 점점 확대되며, 해소를 위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향 정립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처지다. 또한 자사고로 우수 학생들이 몰린 까닭에 일반 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고교 서열화 평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고, 면학 분위기 형성도 어려운 부작용이 생겨났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사고로 간 학생들을 일반 학교로 돌아오게 해서 함께 정상적인 학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며, 오히려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사고가 설립될 때와는 교육 여건이 많이 달라져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일반 고등학교에서 혁신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교사들이 참여하여 창의성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시킨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교육 재정을 지원하여 원래의 취지를 살린 교육 변화를 돕겠다고 한다.

기왕에 설립된 자사고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사회의 엄정한 평가와 견인이 필요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대안 학교들의 노하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내·외부 평가를 바탕으로 변화의 성과가 뚜렷한 학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본래의 취지를 살려 교육의 변화를 이끌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미치지 못한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이해를 같이 하는 학부모들의 힘을 빌려 정당한 평가 결과를 거부하는 일부 자사고의 모습은 스스로 변화하는 길을 막고 있는 셈이다.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여 우리 사회는 학교에 많은 요구를 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시대가 요구하는 품성과 능력을 기르도록 바랄 수 있다. 하지만 당위만을 가지고 일정한 방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여러 과정을 거쳐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룬 창의력과 올바른 인간관계를 기르는 교육에 합당한 방법을 찾아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기(禮記)의 학기(學記) 편에 보면 “배우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고, 가르쳐 보고 난 후에야 교육의 어려움을 깨달을 수 있다(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고 했다. 배우는 당사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배우려는 자세와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배움은 발전하지 못한다. 교육 당사자들도 학생들과 깊이 교감하여 함께 방향을 찾아가지 못하면 계속되는 아픔만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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