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체육 대회 의무실을 맡으라고요?
2019년 10월 03일(목) 04:50

[김종선 첨단우리병원 원장]

큰 체육 대회나 전국적 행사가 열리면 병원들은 앰뷸런스 및 의료진을 보내주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사실 많은 의사들이 주말에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의료 지원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낀다. 더불어 스포츠 손상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응급 환자 발생시 처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책임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의무팀으로 참여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고 필자한테 물어보는 의료인이 적지 않았다. 대회에 참석해 본 경험상 심각한 스포츠 손상이 발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기 중 대부분의 의료진은 혹시 모를 환자 발생에 대한 긴장감과 기다림의 무료함 사이에서 시간을 보낸다.

TV에서 보면 선수가 경기하다가 다쳤을 때, 지체 없이 들것을 들고 가는 트레이너와 팀 주치의를 보게 되는데, 프로 운동 팀이나 국가 대표 팀에서 팀 피지션(팀 닥터)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 경우이다. 일반적으로는 상황이 발생되면 의무실과 환자 발생 위치가 멀어서 주위 동료 선수가 일차적으로 처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참가 선수도 응급 처치에 관한 기본 상식이 필요하다,

흔한 스포츠 손상으로는 햄스트링 근육(허벅지 뒷 부위)이나 종아리 근육의 경련 및 손상, 타박상, 발목 염좌(인대 손상) 등이다. 이러한 손상은 파스를 뿌리고, 얼음찜질을 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추후 정형외과 외래 치료를 안내하면 된다.

근육과 인대 손상의 치료 원칙에 대해서는 상식이니 알고 있으면 유익하다. ‘PRICE’라고 흔히 영어 약자를 따서 말한다. Protection(깁스나 보호대), Rest(휴식), Ice(얼음찜질), Compression(압박-부어 있거나 피가 날 때), Elevation (거상-부어 있을 때 심장 높이 이상으로 올려주기)를 실시한다.

의료진은 격렬한 스포츠의 경우 선수가 피를 흘리는 경우가 있으니 수술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를 만져야 한다. 의료진과 주위 동료를 가장 긴장시키는 응급 상황은 심정지, 경추 골절, 스포츠 뇌진탕이 아닐까 싶다. 프로 선수로는 야구의 임수혁 선수, 축구 이승모 등에게 경기 중 응급 상황이 발생됐다. 당시의 응급 상황 영상을 보면서 필자는 느낀 게 많았다. 주위 선수가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다리 마사지는 경추 손상이 있는 경우에 손상을 더 악화 시킬 수 있고, 심정지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없다. 의식은 없어 보이고, 뭐라도 해야 하겠기에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해준 것으로 보인다.

경추 손상의 경우 경추 보호를 위한 도수 조작이 필요하고 경추 보호대를 해줘야 2차 손상을 피할 수 있다. 다치는 순간에 목이 꺾여서 다쳤다면 경추 손상을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한다. 그래서 다칠 때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심 정지 환자는 갑자기 의식이 없거나 경련을 보이게 된다. 의식이 없고 심정지가 의심스러우면 바로 가슴 압박(CPR)을 하고 추후에 기도 개통을 유지하고 인공 호흡을 시행한다.

스포츠 뇌진탕이 의심되면 바로 후송을 해야 한다, 뇌진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Maddocks 설문’이라는 기억력 검사를 하게 된다. 지금 여기 경기장이 어디죠? 지금이 전반전인가요, 후반전인가요? 현재 스코어가 몇 대 몇인가요? 지난번 경기한 팀 이름이 무엇인가요? 지난 경기 때 어느 팀이 이겼나요? 등을 물어봐야 한다. 스포츠 뇌진탕으로 진단됐다면, 부상 당일에는 운동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인근 병원에서 뇌 CT를 검사해야 한다.

35세 미만 젊은 운동선수의 급작스런 죽음(돌연사)의 원인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심근 비대증이라고 한다. 격렬한 운동을 자주하는 운동선수나 생활 체육 선수들은 미리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도 우리 고장에서는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고, 많은 의료진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 휴일을 반납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의료진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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