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동신대 광주한방병원 전문의] 여름 후유증과 이별하기
2019년 09월 26일(목) 04:50
아침에 일어날 때 ‘잠을 잘 못 잔 것 같다’거나 ‘잠을 잤는데도 피로감이 그대로 있다’는 증상이 아직도 남아 있지 않은지? 사소한 일에 짜증을 잘 내고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나오는 데로 반응하지는 않는지? 입맛이 없어 평소에 굉장히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때도 시큰둥한 적은 없는지? 혹시 자꾸 무언가를 잊게 되는 건망증이 갑자기 생기진 않았는지? 무더운 여름의 끝에 ‘너 많이 지쳐가고 있어’ ‘피로가 풀리지 않으니 조금 쉬는 게 어떨까’와 같은 신호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혹시 무시한 것은 아닌지?

어떤 일에 몰두하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누적돼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우울감, 분노,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뇌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만족을 담당하는 보상 회로의 문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뇌 기능이 저하됨을 이르는 말이다. 쉬어야 할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과 연결되면서 과로가 지속적으로 누적돼 생기는 것이다. 또 무더운 날씨와 같은 자연적 조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 같은 증상을 ‘허로(虛勞)’라고 부른다. 그 원인은 ‘번아웃 증후군’과 비슷해 육체·정신적으로 탈진하게 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 같은 육체적, 정신적인 탈진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구기(九氣)를 꼽을 수 있으며 감정과 날씨도 그 중 하나다.

즉 더운 날씨는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허로’ 또는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운 날씨는 과도하게 땀을 배출시키면서 기를 소모시켜버리거나 지나친 온도차에 의해 몸의 항상성을 무너뜨리고, 오랜 시간 차가운 곳에 머물러 기운이 정상적으로 퍼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날씨나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번아웃 증후군’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영양과 휴식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은 우리 몸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시간에 따라 기의 분포와 작용이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이 리듬이 깨지면 기의 작용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기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기능과 영양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누적되면 ‘허로’에 이르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사 습관이 중요하다. 첫째,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한다. 둘째, 점심 시간엔 10~20분 정도의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한다. 셋째,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도한 목표는 세우지 않다.

식사는 우리 몸에 필요한 기혈을 보충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아침 식사는 새벽에 생기는 원기를 북돋게 하는데, 현대적으로는 하루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아침 식사는 단순히 영양분을 공급하는 차원이 아닌, 원기를 더해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쳐서 기(氣)가 부족한 사람에겐 어디에선가 기(氣)를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 되며, 결국 자신의 원기를 쓰게 돼 더 지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원기(元氣)를 매우 중요시 하는데, 원기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평생을 아끼고 간직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운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우리 몸에서 발산되어야 하는 기운을 말한다.

무더위와 스트레스로 지친 몸, ‘번아웃’된 것처럼 쳐지고 무력해 의욕마저 저 밑으로 떨어지는 시기, 이 가을은 이런 분들에겐 반드시 휴식과 보충이 필요한 시간이다.

한의학은 이런 분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원기를 보충하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받으시길 바라며, 모든 이가 지치지 않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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