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는 눈으로 평화의 새로운 가치 탐색
그랜드 피스 투어 1 - 정다훈 지음
2019년 08월 23일(금) 04:50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영웅 기념비 앞에 비 오는 날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 이 사진 한 장 속에 담긴 빌리 브란트의 진정성은 폴란드의 오랜 원한을 씻어내렸다. <서해문집 제공>






여행은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나와 다른 시공간에 사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이해와 관용이라는 필터를 거치게 돼 있다. 어떤 여행은 갈등과 분쟁을 줄이고,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그러한 여행을 경험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냉전 이후 서구 자본주의 질서에 익숙해진 우리는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으로 모든 것을 평가했다. 여기에 남북 분단의 현대사는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상상력은 물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사상의 자유도 제한했다.

경계를 초월해 시대를 넘는 눈으로 세상을 담고 평화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는 책이 발간됐다. ‘다훈이의 세계 신화 여행’의 저자 정다훈 박사가 펴낸 ‘그랜드피스투어1-유럽에서 전쟁과 평화를 묻다’다.

사실 ‘피스’, 평화는 다양한 개념을 포괄한다. 환경보전일 수도 있고 인권존중일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 더 확장된 평등한 삶을 전제할 수도 있다. 나아가 국가와 자본, 권력과 사회구조 등이 만들어놓은 경계와 한계를 넘어 이해와 관용을 체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2013년 베이징대학교 박사과정 중 교환학생으로 와세다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관으로서 국익을 위한다는 것이 인류의 평화와는 다른 방향일 수도 있음을 체험한다. 외교나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논리이지, 세계평화나 연대가 아니었다. 고민의 와중에 그는 ‘위안부 여성을 잊지 말자’는 일본 시민들을 알게 됐고 민간/공공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저자가 그랜드피스투어를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고 본인도 직접 여행을 시작한다.

“나의 여행은 전쟁 패배로 인해 세계사 무대에서 조명되지 못했거나 그 때문에 폄하된 위대한 정신문명과 시민정신을 가진 나라로 향한다. ‘악의 축’ ‘가난하고 미개한 나라’라는 고정된 관점으로 매몰된 국가들로 향한다. 사라져버린 역사 속에서 위대한 인류 보편정신을 찾으려는 의지, 현대 국제정치 구조 속에서 사실과 다르게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려는 ‘노력’ 속에 ‘평화의 씨앗’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경로를 배제하고 ‘피스 루트’를 따라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는다. 독일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냉전과 분단의 역사를 보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살펴본다.

폴란드와 발트 3국에서는 약소국가인 그들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주체적인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들여다본다. 러시아에서는 세계를 뒤흔든 러시아 혁명의 흔적과 의의를 생각하며 서구를 닮고자 했던 과거와, 서구와는 다른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현재의 움직임도 주시한다.

유럽 다음의 행선지는 중앙아시아 나라들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다. 1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서 교역로였던 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의 찬란한 흔적을 찾고, 한편으로 이곳의 풍부한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뜨거운 각축 현장도 소개한다.

저자는 역사적 공간 등을 방문하면서 ‘탈분단’의 한반도와 평화로운 아시아의 미래를 그려본다.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끊임없이 한반도, 동아시아 역사와 현실을 유럽의 공간에 띄우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는다. 85컷의 컬러 이미지가 입체감을 더해준다. <서해문집·1만4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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