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義兵)
2019년 08월 21일(수) 04:50
“조선은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어요. 민초들이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으니까.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됐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제 강점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조선 침략을 준비하던 일본군의 모리 다카시 대좌의 대사다. 이 장면에서 다카시 대좌는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해 우리 민족성까지 연구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그만큼 일본이 조선의 의병(義兵)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제 강점기 직전 의병들은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났고, 결국 한일합방으로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이들은 다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독립군으로 변했다.

의병은 국가가 외침을 받아 위급할 때 국민이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자위군이다. 그래서 의병들은 ‘무명’(無名) 이었다. 나라를 위해 불꽃처럼 몸을 불태웠지만, 역사의 기록에서는 자세히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 역할을 맡은 배우 유해진은 “독립군 수는 셀 수가 없어, 왠지 알아? 어제 농사 짓던 인물이 내일 독립군이 될 수 있다는 말이야”라면서 “나라 뺏긴 설움이 복받치게 만들어서 쟁기 던지고 여기 모여 군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무명의 존재들이었던 의병과 독립군은 일제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 무명의 존재인 후손들이 2019년에는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 운동은 한다’며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라는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일 경제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인지 국민들의 극일(克日)에 대한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일제 강점기 의병과 독립군의 신분은 사농공상으로 다양했다. 지금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 국민들의 신분도 다양하다. 일본이 일제 강점기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름 없는 의병들이 다시 한번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으면 좋겠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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