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수 전남사립박물관·미술관협의회 회장
2019년 08월 13일(화) 04:50
“박물관·미술관 운영, 돈 생각하면 절대 못해요”
참치 연승선·트롤선 선장 출신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 관장
멸종해 버린 ‘용상어’ 표본 등
40여년간 사재 털어 5만여점 수집
시골에서 학예사 구하기 힘들어
사립박물관·미술관 지원 늘리고

멸종된 ‘용상어’ 실물 표본. 해남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에는 5만6000여 점의 해양 관련 실물표본이 전시돼 있다.

임양수 땅끝해양 자연사 박물관 관장 겸 전남 사립박물관·미술관협의회 회장.


“전남 도내에는 (사재를 털어 만든)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두 29개관(박물관 7곳, 미술관 22곳)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립 박물관, 미술관이든 개개별로 다 특징이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고루 문화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큰 축(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양수(62) 전남 사립 박물관·미술관 협의회 회장(해남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 관장)은 “겉에서 보기에는 (사립 박물관·미술관이) 수월하게 운영되는 것 같아도 여간 어렵지 않다”며 “돈보다는 문화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하지 그냥 돈과 부(富)를 생각한다면 절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서 학예사(Curator)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박물관을 위한 학예사인지, 학예사를 위한 박물관인지를 모르겠다’고들 한다. 학예사 제도를 완화해야 하고, 도내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 입장료를 아까워하는 관람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도가 고향인 임 회장은 1979년부터 1992년까지 13년간 남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참치 연승선과 트롤선을 지휘했던 선장 출신이다. 그는 대서양에서 조업하는 트롤선에서 그물을 끌어올릴 때 생선과 함께 딸려 나온 특이한 고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해양생물 표본을 수집하게 됐다.

임 회장은 부인 김화성(60)씨와 함께 폐교된 해남 송지초등학교 통호분교를 임대해 2002년부터 해양생물을 테마로 한 자연사 박물관을 운영했다. 그리고 해남군이 송지면 갈두리 땅끝마을에 신축, 지난 5월 3일 개관한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지상 3층·연면적 2491m2)에 소장품을 옮겨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크게 4개 실(室)로 구성된 박물관은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패류, 남극생물 등 국내 최대 규모(1500여종 5만6000여 점)의 해양 관련 실물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수장고에 보관된 표본까지 감안하면 전체 100만여 점에 달한다. 임 회장이 40여 년간 사재를 털어 수집한 표본들로, 길이 25m(무게 3t)의 대왕고래 뼈와 고래 태아표본, 멸종해버린 ‘용상어’(철갑상어) 등 흔히 볼 수 없는 ‘오리지널’표본들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임 회장은 “해양 계통에서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라고 자부한다.



▲전남 도내에 있는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규모는

“전국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까지 680개관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사립은 220개관이다. 전남 도내에는 사립 박물관 7개관, 사립 미술관 22개관 등 모두 29개관이 있다.” (광주에는 국·공립과 사립을 포함해 박물관·전시관 12개관, 미술관 31개관이 있다.)

▲전남 사립 박물관·미술관 협의회는 어떤 조직인가

“도내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간 친목 도모와 정보교류를 위해 구성돼 있다. 그리고 협의회로는 개별 사업을 못하니까, 2016년 12월에 도내 국·공립·사립을 아우르는 법인체로 ‘사단법인 전남 박물관·미술관 협회’(회장 곽형수 고흥 남포미술관 관장)를 만들었다.”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왜 중요한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 못하고 있다. 국가가 전국을 충족시키기란 굉장이 버겁다. 국가가 예산이 많으면 미국처럼 여러 박물관을 합쳐서 하나의 메트로폴리탄처럼 큰 박물관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 형편상 그렇게까진 못하고 있다. 어떤 사립 박물관이 됐든, 미술관이 됐든 다 특징들이 틀리다. 사립은 사립대로의 개성이 있다. 국민들에게 고루 문화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큰 축(軸)이 된 것이 사립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다.”

▲평생 수집한 컬렉션으로 사립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하면서 겪는 애로는

“사립(박물관·미술관)이 발전을 해야 되는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첫째 학예사 제도이다. 시골은 학예사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운영비보다도 어려운 것이 학예사 구하는 일이다. 박물관 운영하시는 분들이 ‘박물관을 위한 학예사인지, 학예사를 위한 박물관인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학예사가 있어야만 박물관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 박물관이 있음으로써 학예사가 있는 것이다. 한국 사립 박물관·미술관 협회 차원에서도 국회에 ‘학예사 제도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한 자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관장이다.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 5년 이상 지나면 국가에서 학예사 자격증을 주면 좋겠다.”

▲또 다른 애로점이라면

“폐교를 사립 박물관·미술관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폐교를 지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도해주면 좋겠다. 그래야만 시설을 고칠 수 있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전남도와 각 시·군에서 50대 50 비율로 협회를 통해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연간 22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매달 인건비와 전기세, 통화비, 공과금 등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겉에서 보기에는 수월하게 (사립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하는 것 같아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직원 월급 메우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것을 돌아보기가 여간 힘들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평생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박물관도 유치원이나 사립학교 교사처럼 국가에서 예산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진짜 미친 사람 아니고는 박물관·미술관 안한다’이런 얘기들을 한다. 돈(수익)보다는 문화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하지 어떤 부(富)를 생각한다면 절대 못한다.”

▲관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시는데

“선진국들도 중앙 박물관이나 이름 있는 박물관들은 입장료를 ‘되게’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료다. 국립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인데 기타 박물관들에서 입장료를 받으려니 위세가 서겠는가? 우리나라는 입장료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아깝게 생각한다. 정책을 한 사람의 생각으로 좌지우지 바꿔버리면 안 된다.”

▲앞으로 협의회와 박물관 운영은

“땅끝 해양 자연사 박물관은 해양 계통에서 ‘세계적’이다. 또한 땅끝은 태평양의 시작이고, 아시아의 시작이다. 그래서 전남도나 해남군이 이러한 것을 잘 살려서 해양관광의 메카가 되도록 정책적으로 힘써주면 좋겠다. 협의회도 부족한 점은 채우고 열심히 해서 전남도가 어느 도(道) 못지않은 박물관, 미술관 문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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