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물에 단죄문 친일청산 시작이다
2019년 08월 09일(금) 04:50
광주시가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 잔재물에 단죄문을 설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는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광주시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첫 단죄문은 일본 신사(神社) 터가 있었던 광주공원에 세워졌다. 이곳에 첫 단죄문을 세운 것은 8·15 광복을 맞아 광주 시민들이 광주공원 계단과 광장 터만 남기고 신사를 부순 상징성을 기렸기 때문이다. 8일 열린 첫 단죄문 제막식에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했다.

광주시는 광주공원을 시작으로 모두 65개의 친일 잔재물에 순차적으로 단죄문을 설치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친일 잔재 조사 팀 운영과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비석·누정 현판·교가·군사시설 등 65개의 친일 잔재물을 찾아냈다. 단죄문에는 검증된 기록을 토대로 친일 인사의 행적을 정확히 기록하기로 했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기록해 시민과 후대에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일 청산이다. 친일 잔재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 자리에 단죄문을 함께 세우기로 한 것도 후세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 잘한 결정이다. 광주공원에는 친일파 윤웅렬·이근호·홍난유의 공적비가 있는데 비석을 없애지 않고 뿌리를 뽑은 채 그 자리에 눕혀 놓았다. 눕혀진 친일파 공적비에는 이들의 친일 공적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공적비 옆에 친일 행적을 낱낱이 지적하는 단죄문을 세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현장 교육은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넘어 반일 감정으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보다 차분할 필요도 있다. 일제 잔재물에 대한 단죄물 설치가 반일(反日)이 아닌 극일(克日)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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