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아쿠아티쿠스
2019년 07월 22일(월) 04:50
인간을 정의하는 생물학적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인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노동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라보란스와 소비하는 인간인 호머 컨슈머스도 보편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문명을 매개로 한 정의도 늘고 있는데,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호모 모빌리언스 등이 그러한 예다.

영국의 과학 저술가 일레인 모건은 ‘인류의 조상이 물에서 생활했다’는 ‘수생유인원 이론’을 주창한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침팬지가 아니라 돌고래처럼 ‘수생기’를 거쳤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육지 포유류 중에서는 독특하게도 태지라는 지방질로 뒤덮인 채 태어나는데, 이는 물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방수막이 돼 준다고 한다. 인류 진화 과정을 물을 매개로 설명한 ‘호모 아쿠아티쿠스’(Homo Aquaticus)가 설득력을 지니는 것은 그러한 연유들과 무관치 않다.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의 저자이자 수영 코치인 에릭 살린도 수영은 수렵·종교의식·예술 등 거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네 가지 원소인 물·공기·흙·불 가운데 인간이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것은 물이다. 신체적 한계를 지닌 인간은 날아오를 수도, 땅속으로 파고들 수도 없다. 물론 서유럽 신화에 나오는 샐러맨더처럼 불을 뚫고 나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물고기처럼 헤엄을 칠 수 있는데, 그 능력이 오늘의 해양 문화로 이어졌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이 일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수영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이지만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김수지 선수가 ‘1m 스프링보드’에서 메달을 땄고, 여자 수구 팀은 러시아전에서 감격의 첫 득점을 올렸다. 다이빙 간판 우하람 선수는 11위에 올라 12위까지 주어지는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에서 보듯이 ‘지극히 좋은 것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다. 이번 수영대회를 계기로 ‘빛고을 정신’이 물처럼 지구촌 곳곳으로 흘러들었으면 한다. 바야흐로 수중적 인간인 호모 아쿠아티쿠스 시대가 도래했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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