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과 통풍
2019년 07월 04일(목) 04:50

[김지용 청연한방병원 병원장]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치맥(치킨+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맥’은 통풍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든 사람이 ‘치맥’을 먹는다고 해서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통풍은 바람만 불어도 아플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질환이다. 통풍은 대표적인 대사 질환의 하나로 퓨린 대사의 최종 산물인 요산이 과도하게 높아져 결정된 형태로 관절 및 신장 등에 침착되면서 염증과 통증을 동반한다.

통풍 발작이 재발하거나 오래되면 골, 연골 등이 파괴되고 관절이 변형, 섬유화, 골강직증 등으로 진행하는 유전적 성향의 질환이다. 통풍은 주로 중년 이상의 남성에게 발생하는데, 이는 남성은 신장에서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지만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최소 20년간 지속되는 고요산혈증이 지난 후 혹은 그 이내에 첫 번째 급성 통풍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발작은 엄지발가락 근저부 관절, 발등, 발목 관절, 발꿈치 힘줄, 무릎 관절, 손등, 손목 관절, 팔꿈치 등에서 하나의 관절을 침범하게 된다.

통풍은 발가락 근저부 관절에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데, 돌발적인 통증과 함께 붉게 부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에는 스치기만 해도 아프며 온몸에서 열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4~5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통증과 붓기가 경감되며, 피부가 검붉게 변색되면서 표피 각질층이 벗겨지고 관절 기능도 완전히 정상화된다.

침습이 끝난 뒤에는 비교적 건강하게 보이고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유지하는데, 대개 1년쯤 지난 후 돌연 발작이 나타나고 점차 발작의 간격이 짧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풍이 만성화가 되면 통풍 결절이 서서히 생기게 된다. 통풍 결절은 귓바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며 손가락, 손, 발가락, 발목, 무릎 등에 비대칭적이고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며 침범 부위의 관절에 점진적인 뻣뻣함과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통풍 결절이 장기화되면 관절의 변형과 불구가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을수록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요산혈증은 요산 생성의 과다 혹은 요산 배출의 감소로 발생하는데 간혹 위의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게 된다.

요산 생성 과다를 일으키는 퓨린이 다량 함유된 식품에는 생선 내장, 생선 알, 갑각류, 맥주 효모, 닭고기, 쇠고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퓨린은 정상적인 대사 과정을 거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요산은 모두 땀이나 소변을 통해 배출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요산혈증 환자는 요산 배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준치를 넘는 퓨린이 많은 음식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요산의 생성이 많아져 통풍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술은 요산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며, 맥주 효모는 퓨린 함량이 높은 편이므로 맥주를 즐기는 사람에게 통풍 발병률이 높을 수 있다.

그렇다면 치맥은 어떨까? 치맥이 통풍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치맥 때문에 통풍이 온다는 것 역시 단정할 수 없고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닭고기보다는 어패류 등에 퓨린의 함유가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통풍이 음식의 영향도 받지만 개인적인 변수가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치맥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통풍에 이환되는 것도 아니다.

통풍에 있어서 치맥은 다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건 맞지만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와 지나친 음주를 지양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통풍의 치료는 급성 발작을 막고 재발을 방지하며 합병증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 급성기에는 통증과 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해 안정을 취하고 침범된 관절을 고정한다. 수분을 섭취하고 얼음찜질을 시행해야 하며, 이후 요산 수치를 감소시키기 위한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식이 요법과 생활 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

한방 의료기관에서는 개개인의 통풍 진행 경과 및 증상에 맞춰서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소 압통점에 침 치료와 함께 소염 진통 및 항염증 작용이 있는 약침과 봉침을 병행하면 통증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풍의 재발이 두렵거나 통풍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가까운 한방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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