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뚝을 뽑고 천장을 깰 수 있다
2019년 06월 11일(화) 04:50

[양운호 동신대 한의학과 4학년]

‘코끼리 말뚝 이론’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훈육하는 방법으로, 새끼 코끼리 때부터 다리를 말뚝에 묶어 키우면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번번이 실패하기 때문에 성인 코끼리가 돼 충분히 말뚝을 뽑을 수 있는 힘을 가져도 얌전히 묶여 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이야기로 ‘벼룩 상자 실험”이 있다. 벼룩은 자신의 신장보다 100배 높이 뛰어오를 수 있지만, 어릴 때부터 상자에 가둬 키우면 상자 안 천장에 부딪히는 경험 때문에 스스로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를 제한한 채로 성장한다는 실험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고, 나주에서 대학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된 소위 ‘서울 샌님’이다. 나주에 오기 전까진 전라도 땅을 밟을 기회가 없었지만 어느덧 졸업반이 된 지금, 누구보다도 전라도와 이곳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내가 서울과 나주, 두 곳에서 대학 생활을 경험하며 느낀 점이 있다.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존경할 점이 많은데도 많은 친구들이 지방 대학이라는 이유로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학생들은 당연히 나보다 더 뛰어나겠지,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무척 안타까웠다. 취업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학일자리센터의 취업·창업 프로그램, 마음의 양식인 독서를 도와주는 독서 클럽, 자신의 견문을 넓히게 만드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 자신을 성장시키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를 잡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았다. 스스로 다리를 말뚝에 묶고, 비좁은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프로그램에 지원한다고 모두 합격하진 않는다.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 하진 않는다.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성공한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몇 가지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 역시 그보다 많은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탈락하는 경험을 수차례 반복했다. 다만, 매번 내가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며 성공률을 조금씩 높였다. 그런 노력은 4학년인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실패로 얻게 될 소중한 경험마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나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학교 프로그램을 함께한 친구들이 마음 속 한계를 극복하고 원하는 일자리, 원하는 꿈을 이루는 경우를 보며 자극도 받고 있다. 그들을 통해 스스로 한계를 정해 안주하는 것과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훗날 어떤 차이를 만드는 지를 두 눈으로 보고 있다.

‘코끼리 말뚝 이론’과 ‘벼룩 상자 실험’은 모두 환경과 습관에 대한 마음가짐이 자신의 한계를 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 속 말뚝과 천장이 나가야 할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종종 학교나 은사님의 도움을 통해 이를 흔들어 본다. 안간힘을 써도 말뚝을 뽑지 못하고 천장에 머리를 부딪칠 때가 많지만 이 경험을 통해 부족함을 깨닫고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언젠가 말뚝과 천장을 부숴 버릴 수 있다는 꿈을 꾸며 도전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지방 대학이라는 이유로 각자의 한계를 규정 짓지 말고, 절대 한 수 접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더 넓은 세계에서 당당하게 경쟁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말뚝을 뽑아내고 천장을 깰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 바로 옆에 있다. 손을 먼저 내밀어 잡으려는 아주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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