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4> 강원도 대자연 속 예술의 울림… 휴식을 만나다
日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 가든 길이만 700m 전원형 미술관 ‘뮤지엄 산’
故 김민석씨 폐광시설 리모델링 문화예술단지 탈바꿈 ‘삼탄 아트마인’
동해 보이는 언덕 위 미술관 ‘하슬라 아트월드’·피노키오 미술관
2019년 05월 20일(월) 00:00

강원도 우너주 오크밸리의 산 중턱에 자리한 '뮤지언 산(SAN)은 평일에는 300여명,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2000여명이 찾는다. 워터가든에 설치된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Archway)

‘성수기 중심의 자연 경관에서 사계절 문화예술콘텐츠로’.

근래 강원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관광 패러다임의 비전이다. 과거 여름시즌의 여행객들을 겨냥했던 트렌드에서 탈피해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과 콘텐츠를 엮어 문화강원의 힘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문화관광의 메카로 떠오른 미술관, 복합문화벨트, 이색테마거리 등을 둘러봤다.

# 뮤지엄 산

자동차를 타고 강원도 원주 지정면의 오크밸리로 들어서자 ‘한국관광 100선 미술관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 부터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선정됐다는 현수막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일까, 가는 동안 마음이 설레였다. 10분 쯤 지나 도착한 미술관 주차장은 평일인데도 대형버스에서부터 자가용까지 이미 수십 여대의 차량들로 가득찼다. 최근 강원도의 브랜드로 떠오른 ‘뮤지엄 산’(관장 오광수)의 명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웰컴센터를 지나 미술관 정문을 통과하면 화사한 꽃들과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다양한 가든(garden)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80만 주의 붉은 패랭이꽃과 자작나무가 인상적인 플라워 가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조각정원, 뮤지엄 본관이 물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 가든, 돌로 만든 전시관으로 구성된 스톤 가든이다.

가장 먼저 패랭이꽃밭 한 가운데 자리한 세계적인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대형 모빌조각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가 시선을 끈다. 뮤지엄 본관까지 이어지는 이들 가든의 전체 길이는 700m. 이처럼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뮤지엄 산은 꽃과 물, 돌, 빛, 예술이 빚어낸 ‘전원형 미술관’이다.

삼탄아트마인의 레일바이뮤지엄에 설치된 작품.
무엇보다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건 워터가든과 뮤지엄 본관으로 이어지는 돌다리 위에 설치된 조각작품이다. 대형금속파이프를 연결해 사람 인(人)자를 연상시키는 형상의 ‘아치웨이’(Archway·알렉산더 리버만 작)로 마치 미술관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태양을 닮은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해발 275m에 둥지를 튼 미술관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지난 2013년 한솔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듬해 현재의 명칭으로 바뀐 뮤지엄 산은 대지 22만 평, 부지 7만 1172㎡로 국내 최고의 높이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공간은 5445㎡, 총 관람거리는 2,3km. 제대로 둘러 보려면 2시간이 소요된다.

미술관은 한눈에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로 꾸며졌다. 하지만 미술관 본관 외벽은 경기도에서 들여온 파주석과 원주산 귀래석들이다. 안도 다다오는 미술관의 창립자인 고 이인희(1928~2019) 전 한솔그룹 고문의 제안을 받고 자연과 인간, 예술이 어우러진 소통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이 고문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큰딸로 40년간 백남준 등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수백 여점을 수집한 컬렉터였다.

뮤지엄 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산’이 아니다. 산(SAN)은 ‘스페이스 아트 네이처(Space Art Nature)’의 약자로 자연 속에서 예술을 만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번잡한 일상에 지친 이들의 휴식과 힐링으로 최적의 관광지인 셈이다.

미술관은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출발한 페이퍼갤러리, 소장품과 기획전을 보여주는 청조(이인희 고문의 호)갤러리,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이 전시된 백남준 홀이 안도 다다오의 사각, 삼각, 원형의 윙 구조물로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는 제임스 터렐의 전시관인 작품 ‘간츠펠트’. 관람객들은 시시각각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하는 전시관의 스크린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빛의 매력과 공간의 무한함에 빠진다. 본관 건물에서 나오면 미국 작가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연인’, 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스톤가든과 마주하게 된다. 신라고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곳에는 9개의 돌 둔덕이 놓여 있다.

이와함께 올해 1월 문을 연 명상관은 근래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약 132㎡짜리 돌무덤 형태의 공간인데, 바닥부터 천장으로 이어지는 선형 공간을 통해 빛이 들어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곳에선 20명이 30분간 명상체험을 할 수 있는 상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삼탄아트마인

원주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1시간 40분 정도 달리면 정선의 삼탄아트마인(대표 손화순)을 둘러 볼 수 있다.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자락의 삼탄아트마인은 문화사업가 고 김민석씨가 30여 년간 아프리카 등 해외 150여 개국에서 모은 10만 여점을 모태로 2001년 문닫은 폐광시설(삼척탄좌)을 리모델링해 2012년 7월 문화예술단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으며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소개된 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트마인의 15개 갤러리에는 광부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벽화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옛 탄광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레일바이 뮤지엄이다. 360명이 사망했을 만큼 생사를 넘나들었던 광부들의 출·퇴근길을 떠올리게 하는 아픔의 장소이자 추억의 공간이다.

하슬라이트월드 본관 외벽의 피노키오 조형물(왼쪽)과 야외조각 공원의 자전거 조형물.
#하슬라 아트월드, 커피거리

정선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의 강릉은 하슬라 아트월드(대표 박신정)와 커피거리가 문화관광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하슬라’는 신라시대 강릉의 옛 이름으로 지난 2003년 동해가 바라다 보이는 3만 여 평의 언덕에 미술관(현대미술관·피노키오 미술관 등), 야외 조각공원, 호텔이 들어서면서 명소가 됐다. 예술가 부부인 박 대표와 조각가 남편 최옥영씨는 야산이었던 이 곳을 자연과 예술이 가득한 문화벨트로 가꿔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키워냈다. 지난 2017년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소개된 피노키오 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은 관광객들을 동화의 세계로 이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짬을 내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안목해변의 커피거리를 찾을 일이다. 푸른 바다와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린 향긋한 커피 한잔은 심신의 피로를 날리며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원주·정선·강릉=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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