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와 핀란드의 ‘열린’ 감옥
2019년 04월 22일(월) 00:00

[김성진 변호사]

최근 핀란드의 감옥 제도에 관해 고찰한 박사 학위 논문 한편을 접했다. 논문의 저자인 김형주는 ‘인도주의적 감옥 제도의 형성과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핀란드 감옥의 구금 방식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들은 구금을 지양하고 응보(應報)보다 예방을,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북유럽 국가 중 특히 핀란드는 현재 죄수를 구금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과거에는 혹독한 형태로 죄수를 구금하다가 단기간 내에 북유럽식으로 탈바꿈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이 중 핀란드식 구금 중 일부인 소위 ‘열린’ 감옥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공분을 사는 성범죄나 음주 운전 등의 경우 그 죄를 범한 자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취지의 불만이 늘고 있다.

죄를 범한 자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같은 범죄가 재발하거나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범죄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딘 자를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할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여전한 숙제다.

이 같은 점에서 핀란드의 감옥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그것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나라의 ‘감옥’을 깊이 이해하고, ‘구금’이 범죄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에 따르면 핀란드의 ‘인도주의적’ 구금 형태의 특징은 중간 처우 시설인 ‘개방형 감옥’에서 두드러진다. 죄수는 일반 주택과 비슷한 외관의 숙소에서, 사복을 입고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로 나가 노동하고 교육을 받는다.

죄수는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고, 임대료를 지불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한다. 죄수는 제한적이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유 시간에는 취미 생활을 즐기고 때때로 견학이나 소풍을 가기도 한다. 이들은 2개월마다 3일간의 휴가를 갖는다. 이 같은 핀란드의 개방형 감옥은 마치 규율이 엄격한 ‘기숙형 취업 학원’처럼 기능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핀란드의 죄수 중 66%가 우리나라의 감옥과 유사한 폐쇄형 감옥에, 34%가 개방형 감옥에 구금되어 있다고 한다.

구금은 신체를 구속하여 자유를 박탁하는 자유형이다. 구금은 죄수를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특정 장소에 일정 기간 격리하는 식으로 자유 박탈을 집행한다. 죄를 범한 자에 대해 응보에 중점을 둔다면 그에게 열등한 처우를 주는 방식으로 그의 참회와 반성을 유도한다.

반면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경우에는 재사회와 혹은 사회 복귀를 강조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교육과 노동을 통해 순종적인 시민을 생산하고자 한다. 핀란드의 개방형 감옥은 ‘예방’과 재범률의 저하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형벌로 죄인의 신체에 고통을 부과하는 신체형이 존재하였으나 현재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를 지양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자유형이 주로 행해진다. 그리고 ‘구금’은 감옥을 통해 주로 작동한다. 그러나 구금의 효과가 처벌과 예방의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범죄율이 증가하고 재범률이 줄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근래 우리나라의 수형 시설이 수형자로 차고 넘친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실 그중 중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논문의 저자는 ‘구금’이 범죄를 배우는 ‘범죄의 사회화’가 아니라 죄수의 재사회화에 제대로 기여하게 하려면, 핀란드와 같은 개방형 감옥, 즉 범죄자를 ‘밀폐된 시설’에 격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구금 과정과 그 이후에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핀란드의 감옥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를 행하지 않을 조건을 만드는 것이고, 범죄자를 오래 구금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점, 즉 범죄자를 구금한다고 해서 범죄가 구금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범죄를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재범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핀란드의 사회 구성원들은 핀란드식 구금 방식 즉, ‘열린 감옥’ 형태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논문 저자는 처벌을 집행하는 기관과 죄수의 사회 복귀를 추진하는 담당 기관이 분리되어 각 분야에 집중한다면 우리나라의 현 구금 방식으로 달성이 어려웠던 죄수의 재사회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핀란드의 열린 감옥이 절대적 대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우리의 ‘구금’ 현실을 살펴보고 보완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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