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원류를 찾아서] <80> 10부 ‘네팔’ (1) 프롤로그
120개 민족 다문화 품은 히말라야 … 포용과 공존의 성지
‘나마스테 (당신을 존중합니다)’
협곡마다 부족 이루며 전통 문화 자생...각각의 언어·종교 존중하며 연대
타산지석
다문화시대 편견 없는 문화 수용 亞 문화 융합…킬러 콘텐츠 창출 필요
2019년 04월 19일(금) 00:00

네팔 포카라 상공에서 촬영한 히말라야 산맥. 구름을 뚫고 높게 뻗어 오른 히말라야는 신(神)이 살고 있는 신령한 산으로 여겨졌으며, 험준한 산맥은 많은 민족이 각자의 문화와 전통을 꽃피우게 했다. /jeans@kwangju.co.kr

높은 산은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혹 그 자태를 드러내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는 웅장했다. 구름을 뚫고 뻗어 오른 히말라야의 만년설은 햇볕을 받아 더 찬란한 빛을 발했다. 이 모든 광경이 경이로웠다.

먼 옛날 인간은 산을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신령한 산에는 신(神)이 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땅 위를 뚫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는 신들이 사는 하늘과 인간이 살고 있는 땅을 연결해주는 교두보였다.

단군신화에서는 환웅이 지금의 백두산에 내려와 신단수(神壇樹) 아래 신시(神市)를 베풀고 스스로 환웅천왕이라 칭하며 인간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도 올림푸스라는 산에 살고 있으며, 모세는 시나이산에 올라 야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산은 봉우리로 나뉘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는 협곡과 계곡이 들어서있다. 이런 산봉우리들이 모여 산맥을 이룬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날카롭고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은 인간과 인간사회의 단절을 낳았다. 산맥과 협곡이 만든 단절 속에서 인간은 각자의 부족을 이뤘고, 부족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싹 틔워나갔다.

네팔은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지붕아래, 신의 보호를 받는 듯 고요히 자리잡고 있다. 산이 만들어낸 단절 속에서 피운 그들의 삶과 문화는 더없이 다채로웠다. 네팔인들은 산 아래 모든 민족과 언어, 문화, 종교, 전통, 풍습 등 자신과 ‘다름’에 대해 하나의 배척 없이 모든 것을 품어 안았다.

그들의 포용적 삶은 인사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네팔에서의 인사는 ‘나마스테’(Namaste)다. ‘당신을 존중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단순히 당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깊은 내면의 마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 마음을 서로 공유하고 일깨우며 나누는 인사이자 ‘나의 영혼(신)이 당신의 영혼(신)을 존중한다’라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나의 존재만큼 상대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더 나아가 본인의 믿음에만 치우치지 않고 상대방의 믿음까지 존중해주는 게 그들이다. 타인의 존재와 믿음을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편견과 오해, 다툼이라는 분란의 씨앗을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 내면에서부터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히말라야를 터전으로 삼는 산 사람들의 삶은 태백산맥을 낀 우리 강원도 사람들의 삶과 닮았으며, 산줄기 비탈이 끝나고 펼쳐진 평야의 문화는 우리네 호남과도 닮았다.

산으로부터 시작된 삶의 방식과 설화는 한민족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다.

높게 솟은 산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거칠지만 그 아랫자락은 포근하다.

사계절 내내 따스하고 포근한 날씨와 적당히 내리는 비는 풍요로움을 가져다 줬다. 산줄기 아래 펼쳐진 너른 평지는 농사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가축을 기르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됐으며, 빼앗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험한 산줄기를 넘을 필요도 없었다. 터전을 옮겨 다니며 뺏고 빼앗기던 초원의 사람들과 달리 네팔 사람들은 산과 분지, 평야가 만든 풍족한 땅 위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꽃피웠으며 삶을 더 윤택하게 닦아나갈 수 있었다.

포카라 페와(Phewa) 호수에서는 매일 해질 무렵 힌두교의 파괴의 여신 ‘탈바라히’(Tal Barahi)를 위한 제사의식 ‘아르띠 푸자’(Arti Puja)가 열린다. 산과 들녘이 주는 풍성한 곡식과 종교가 주는 위안은 네팔 사람들의 연대를 강하게 만들었다. /jeans@kwangju.co.kr
이렇게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이 없었던 네팔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것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기름진 땅과 산은 부족함 없는 곡식을 줬으며, 신과 종교가 주는 위안은 그들의 ‘연대’를 더 강하게 다졌다.

120여개 소수민족이 모인 다문화 국가로, 신과 종교, 뿌리 깊은 농경사회가 복합되고 어우러져 특유한 문화를 지니고 있는 나라가 네팔이다. 그 속에서 국민들은 부족과 종교, 전통, 언어가 다름에도 쉼 없이 축제를 열었다. 축제는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이 어울리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했다.

단일민족 국가인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여전히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공공연한 차별이 존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다문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문화적 차이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도 쉬운 해답이지만 이 쉬운 답을 놓치고 있다.

광주 역시 진정한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로서 역할을 다지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각기 다른 민족과 그들의 전통, 문화, 언어, 종교 등을 받아들이고 융합해 온전한 아시아의 문화를 담아낼 그릇이다. 다문화 시대의 과도기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각기 다른 문화 원석을 꿰어 광주를 명실상부한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네팔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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