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안녕하세요) 베트남.’
지난해 2월 라오스 팍세에 있는 바람의 흔적 미술관에서 국제교류 전시를 열던 중 한통의 국제전화를 받았다. 베트남에서 7년째 거주하는 40년 지기 장천일 선배의 반가운 목소리였다. “송산 지금 있는 곳이 어디야? 무슨 일로 라오스 팍세에 있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정담 어린 대화 끝에 내년에 베트남에서 광주 화가들과 베트남 현지 작가들의 교류전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잠월미술관 관장님과 상의해보겠다는 답을 한 것이 이번 베트남 국제교류 전시 겸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됐다.
에베레스트 국제학교(한국인이 운영하는 학교) 전시실에서 한국작가 15명과 베트남 작가 7명이 함께한 교류전은 지난 2월17일~21일에 있었다. 하노이공항에 도착 하자 마중 나온 장천일 선배는 25명이나 되는 우리 일행의 통역관 겸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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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2’ |
10년 전 베트남 경제중심지인 호찌민 특별시에서 전시를 열며 여행을 한적이 있어서 인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의 참전으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노이공항 심야에 도착한 우리는 롯데호텔이 보이는 호주대사관건물 길 건너에 있는 뉴 국제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열리는 시장을 구경했다. 자전거 위에서 고기나 과일을 팔기도 하고, 커다란 플라스틱과 양은대야에 팔딱거리는 물고기들과 가끔은 바다어류로 생각되는 커다란 생선들을 토막을 내 부위별로 팔고 있었는데 자외선이 강해 식중독 걱정은 없다고 한다. 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야채와 과일들은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고 한다. 아침이면 직장인이나 현지인들이 작은 골목 주변의 식당에서 간편한 쌀국수 종류인 퍼, 분, 껌스언느엉 등을 팔고 있었고 우리도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시장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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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끼엠 36 거리’ |
아침이면 각 상점 마다 신당을 갖추고 신을 모시기 위해 꽃을 사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침시장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 했을 땐 오전 7시인데도 파장 분위기였다. 새벽 3시부터 열리는 심야시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청과물시장은 처음 보는 열대과일들도 많았고 과일상인들이 파인애플 껍질의 골을 따라 깎아 파는데 그 자체가 신기한 예술이었다.
오전 에베레스트스쿨 전시장에서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현지 베트남작가들과의 상견례를 한 뒤 작품을 보았는데 작품제작 하는 기법 등이 인터넷의 발달로 낯설지 않아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오픈과 뒷풀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올 때는 길, 건너에 있는 47층 롯데호텔과 백화점은 하노이에서 높은 건축물로 벽면을 따라 움직이는 엘이디(LED)등으로 야경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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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 |
하노이의 중심은 호안끼엠 호수와 36거리이다. 일방통행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호수를 중심으로 걸어서 20분 이내에 관광지가 산재해있다. 주말엔 차 없는 거리로 변해 ‘뚜벅이’ 관광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호안끼엠 동쪽에 자리 잡은 공원엔 리따이또 동상이 있는데 중국의 천년 제후국에서 벗어나 베트남에 최초의 왕조국가를 세운 영웅으로 한국식으로는 이태조라고 불린다. 한국의 화산 이씨도 베트남에서 유래한 성씨라고 한다.
동상 앞의 넓은 광장은 젊은이들의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좌측의 8각의 정자가 있어 관광객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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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2’ |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복합적인 상가로 이루어진 관광지역으로 민속공예품과 옷가게 등 따히엔의 맥주거리와 공산당 스타일의 콩카페, 오페라하우스, 성 요셉성당, 호수 위 응옥선 사당 등 집약적인 관광 구역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해질 무렵의 노을과 가로등 불빛, 응옥선 사당의 붉은색의 홍교가 호수물가에 반사돼 더욱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길게 뻗은 호수 주변의 벤치엔 관광객뿐만 아니라 젊은 남녀 커플들의 데이트장소로 외국 도시중심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조금은 색다른 낭만이 충만한 곳이다.
부지런하면서도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을 지닌 베트남 학생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며, 회사나 사업장에서 공개적으로 무안이나 질책을 받으면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하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성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이색적이다. 하노이 시가지를 돌아보면서 역동적이며 활기찬 느낌이 강해 어쩌면 경제성장이 무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