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1> 프롤로그
워라밸 시대 ‘컬투어’ 뜬다
‘수박 겉핥기’ 여행 아닌 역사·예술·일상 체험 문화관광
서울 광화문 문화벨트·독일 베를린 등 아트투어 인기
문화관광 메카 성장 가능 광주, 도시 브랜드 높이는 기회로
2019년 04월 01일(월) 00:00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문화가 확산되면서 여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시대에 여행처럼 만족도가 높은 여가도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워라밸 시대의 여행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관광명소를 ‘스쳐가는’ 수박 겉핧기 식 투어가 아닌, 관광지의 역사와 예술, 일상을 체험하는 문화관광(아트 투어리즘)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시민들의 여가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 이후 국민들의 여가 패턴은 크게 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 초 발표한 ‘2018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가시간과 비용, 취미·오락 활동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인의 평일과 휴일 여가시간은 각각 3.3시간, 5.3시간. 2016년의 3.1시간, 5.0시간보다 소폭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여가비용 역시 15만1000원으로 2016년 13만6000원보다 1만5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2018 광주비엔날레 프레오픈.
국민들의 문화향유 역시 한결 풍성해졌다. 지난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81.5%로 2016년 78.3%보다 3.2%P 상승했다. 문화예술행사 관람횟수는 평균 5.6회로 2016년 5.3회보다 0.3회 증가했다. 관람률은 2012년 69.6%, 2014년 71.3%, 2016년 78.3%, 2018년 81.5%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영화 관람률이 75.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대중음악·연예(21.1%), 미술전시회(15.3%), 연극(14.4%), 뮤지컬(13.0%), 전통예술(9.3%), 문학행사(8.9%)순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도시들은 미술관, 갤러리, 예술특구, 유명인 생가, 콘서트, 축제, 도서관, 공공 건축물 등을 투어코스로 묶는 문화관광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 광화문 문화벨트, 제주도의 미술관·건축투어, 부산의 ‘달맞이 갤러리투어’, 대구 근대골목, 강원 미술관 벨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미국, 중국, 일본 등 문화선진국 역시 마찬가지다.

2018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이 가운데 현대미술의 메카로 떠오른 독일 베를린은 문화관광의 핫플레이스다. 슈프레 강 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 위에 5개의 박물관과 베를린 대성당(베를린 돔)이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 섬’, 과거의 역사적 아픔이 깃든 유대인 박물관과 베를린 장벽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아트 투어리즘과 다크 투어리즘의 ‘교과서’로 불린다.

뮌헨은 풍부한 미술인프라 외에 자동차 산업 현장을 BMW 박물관으로 활용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고 ‘독일의 피렌체’로 알려진 드레스덴은 유서깊은 오페라하우스 젬퍼오퍼의 공연 콘텐츠와 축제, 츠빙거 궁전의 국립미술관을 내세워 매년 수백여 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유럽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는 다양한 역사적인 현장과 대문호 괴테의 생가, 슈테델 미술관 등 10여개의 미술관이 밀집된 뮤지엄 스트라세(미술관 거리)등을 도시의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이들 도시들이 문화관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잠재력이 큰 고부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2018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예술을 콘셉트로 하는 관광상품은 도시의 품격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광주는 문화관광의 메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초대형 복합문화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필두로 비엔날레, 대인예술시장,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운림동 ·중외공원 미술관 벨트, 레지던시 공간 등 예술적 자산들이 도시 곳곳에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는 문화관광을 지역의 미래로 키우려는 비전과 전략이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매년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예술의 거리 활성화 축제의 경우 예술의 거리에 입주해 있는 작가 10여 명의 스튜디오와 인근의 비움박물관, 은암미술관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전당 주변에서 펼쳐지는 프린지 페스티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회성 이벤트 위주로 진행하다 보니 축제가 끝나고 나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은 ‘공간’과 콘텐츠가 많지 않다.

양림동의 오웬기념각
게다가 의재 미술관, 우제길 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등 10여 개의 문화공간들이 밀집해 있는 광주 운림동 일대와 시립미술관, 비엔날레 등 중외공원 미술관 벨트도 관광코스로 연계하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 특히 2~3년 전부터 구 도심 일대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지역작가들의 스튜디오와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 창작소’등의 레지던시 공간들을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모름지기 문화도시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예술적 자원을 관광브랜드로 키우는 중장기 로드맵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명승지 위주의 구시대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감동과 체험을 추구하는 미래 세대의 발길을 끌어 들이기 힘들다. 아시아의 문화플랫폼이자 비엔날레 개최지의 ‘이름’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관광전략을 짜야 한다. 예술과 감동이 충만한 문화관광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에 본 기획은 비엔날레, 인터내셔널 프린지 페스티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이벤트와 인프라를 갖춘 광주의 문화자원을 글로벌 관광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국내외 선진도시들의 관광전략을 살펴 볼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서울·부산·대전·제주·안산·원주 등 6곳을, 해외는 독일 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 드레스덴, 프랑크푸르트 등의 생생한 현장을 14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선진도시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광주가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과 전략등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여정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경.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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