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새로·통합으로 도약 꿈꾸는 선비마을 ‘천년 사직골’
2018년 12월 17일(월) 00:00
2018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장을 가다
<4> 역사자원과 어울리는 주거지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직동

광주 남구는 사직동을 주거지지원형 도시재생뉴딜사업 ‘더 천년 사직, 리뉴얼 선비골’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330억여원을 투입, 주거지역의 정비, 기반시설 확충, 새로운 콘텐츠 보강 등에 나선다. 개발조감도.

사업구역 건축물 391동 가운데 53.2%가 신축한 지 30년 이상이 지났다. 대상지 전경.






구역 내 방치돼 있는 빈집.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노인인구와 영세민이 급증하고 있다.






사직동은 광주의 행정관청이 자리한 광주읍성의 광주천 건너편에 자리한 곳이었다. 조선시대 읍시가지를 구성하는 원칙이었던 3단1묘, 즉 사직단(토지신과 곡식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 성황단(성황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 여단(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제단), 문묘(향교의 대성전) 가운데 사직단과 문묘가 있었다. 사직동이라는 명칭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직동은 해방 이후 사동과 구동이 합쳐진 사구동이 전신으로, 조선시대에는 부동방면 사직리, 공수방면 교촌리로 각각 불렸다. 광주읍성 주변에 지역을 대표하는 향리들이 모여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광주읍성에서 근무하는 왕이 임명한 관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직동 관내에는 광주향교, 광주공원, 사직단이 자리한 사직공원의 절반이 포함돼 있다. 광주공원은 지난 1913년, 사직공원은 1924년 각각 조성돼 1세기 내외의 시간을 광주시민들과 함께 했다. 사직공원에는 1971년 동물원이, 1980년 KBS 광주방송총국이 각각 들어서기도 했으나, 이들 시설은 1993년, 2000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사직공원은 최근 사직국제문화교류타운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사업에 의해 아시아음악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광주공원, 사직공원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주변 도로 및 공개공간(open space)이 개선되는 등 변모하고 있지만, 1970~80년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주거지는 노후, 인구 유출, 고령 인구 및 영세민 증가 등이 진행되고 있다. 외곽은 물론 바로 지척에서 아파트 개발이 계속되고, 노후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사직동 내 단체 및 기관, 주민자치센터 등의 동네 재생에 대한 의지가 높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이들은 이미 2016년 5월 사직동 마을계획단을 구성하고, 2016년에는 ‘천년 선비마을’을 마을 브랜드로 선정했다. 2017년에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고, 마을총회, 마을한마당 잔치를 주최하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올해 ‘더 천년 사직, 리뉴얼 사직골’ 사업 추진을 위해 주거지 지원형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로 사직동 127-4번지 일원 9만8,700㎡에 국비 100억원, 지방비 100억원, 연계사업·민간투자 등 기타 130억4,920만원 등 330억4,920만원과 기금에서 29억8,106만원을 투입하게 된다.

◇다시(Re), 새로(New), 통합(All)으로 도약 꿈꾸는 사직동=사직동의 사업 대상 구역 내 주거지 비율이 81.3%에 달하며, 이 가운데 단독주택의 비율이 56.5%로 가장 비중이 크다. 건축물 391동 가운데 53.2%가 신축한 지 30년 이상이 지났으며, 대부분의 주택부지가 65㎡ 미만이다. 이들을 잇는 도로의 폭도 대부분 4m도 안 돼 방재에도 문제가 있다.

2008년부터 10년간 구역 내 총 사업체 수는 9.1%나 감소했으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대상지 내 청·장년층 수 5.7%가 사라졌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나 주차장도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1,719명(788세대)의 주민 가운데 65세이상 고령자가 320명으로 18.6%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등의 비율은 11.8%를 차지하는 등 지역의 쇠락은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사직동 내 거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응답율 80%)에서 주민들은 주차공간 확보, 담장 및 가로 개선, 슬레이트 지붕 철거 등과 함께 기반시설 확충, 주거지 정비, 커뮤니티 복원 등을 바랐다.

2017년 9월부터 설명회, 간담회 등을 갖고, 의견을 모아갔으며, 주변의 다양한 기관·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갔다.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 의향을 밝힌 주민은 전체의 66.0%를 나타냈고, 12곳의 중간지원조직, 민간투자자, 공기업과의 협업 및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남구 역시 마을공동체협력센터(2012), 도시재생추진단(2015)에 이어 지난 5월 2일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며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마을길정비, 집수리지원사업, 최씨 한옥고택·문씨 쌍효문 등 리모델링, 선비마을공예 및 정원사집 조성 등 ‘다시(Re)’에 196억600만원, 청년임대주택, 마을공용주차장, 쓰레기분리시설, 도시텃밭, 스마트시티, 추억의 예술 동물원길 조성, 선비골 예술하우스 조성 등 ‘새로(New)’에 109억1,350만원이 각각 투입된다. 예술동물원 및 애견거리 프로그램, 선비마을학교 및 축제 지원프로젝트 등 ‘통합(All)’에는 25억2,970만원을 배정했다.

이를 위해 63개의 필지(1만816㎡)를 매입, 시설 결정 등을 통해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떠나지 않고 새로운 활기가 샘솟는 마을로 거듭나길 바라는 주민들=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 ‘공기업 참여형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다. 남구 사직동 130지 일원 9,308㎡(26개 필지)에 108억7,900만원을 들여 광주도시공사가 참여형 공공임대주택 55호 및 주민편의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어 노후불량 건축물 개보수하고 슬레이트 지붕을 개량하는 ‘터새로이 사업’에도 40억2,400만원이 쓰인다. 이 사업을 하면서 담장허물기로 녹색주차장을, 비어있는 점포 2개소에 선비골 공예 및 마을캐릭터 집을 조성한다.

‘안심마을 정비사업’(사업비 4억3,800만원)을 통해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도입하고, CCTV, 보안등, 안전난간, 안내표지판 등도 설치하기로 돼 있다. ‘선비골 문화자원사업’(사업비 42억6,500만원)로 사직동의 근간인 한옥 고택인 최부자집을 정비하고 역사 자원인 문씨 쌍효문을 복원할 예정이다.

소방도로를 개설하고, 청년 유치를 위한 시설들도 들어선다.

남구 사직동 130번길 일원에 소방도로 666m와 주차장 875㎡를 신설하고, 17억8,600만원으로는 청년임대주택 24호, 코워킹(Co-working)하우스, 창업인큐베이팅 공간 등이 들어갈 수 있는 공기업 참여형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직동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50억750만원으로 선비골 예술하우스, 추억의 예술 동물원길의 조성, 애견(팻쇼)의 거리 활성화 등에 나선다. 도시텃밭, 쓰레기 처리공간, 무인택배함, 공공와이파이존, 스마트볼라드 등에도 2억6,4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 정체성을 정립하고, 주민공동체의 복원 및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실시된다. 주민 역량강화, 마을활동가 육성 및 지원,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등 ‘통합된 선비골 육성 프로그램’에 8억원, 선비마을 학교 운영, 행사·축제 기획 및 운영, 창업 및 상가 컨설팅 프로그램 운영, 주민공모사업 등 ‘지속가능한 선비골 운영 프로그램’에 9억8,6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이들 사업으로 마을주민 76명 등 모두 152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남구는 전망하고 있다.

백승현 사직동 마을계획단장은 “진정한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 되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며 “지금까지 25차례 이상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모았고, 조만간 마을총회를 열어 10대 과제, 100대 세부과제를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인천 사직동장 역시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사직동이 미래 어느 마을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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