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DREAM 프로젝트 제2부 아이는 사회가 함께 키운다<25> ④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 확정
2018년 12월 10일(월) 00:00 가가
“백약이 무효” 정부 출산 장려 포기…삶의 질 제고 힘쓴다
보육·유아시설 부족에 청년 일자리·주거 불안
수요자 공감없는 출산 강권 정책 집착 않기로
국공립 보육 시설 이용률 2021년 40% 조기 달성
미취학 아동 무상의료…결혼·출산이 행복한 사회
보육·유아시설 부족에 청년 일자리·주거 불안
수요자 공감없는 출산 강권 정책 집착 않기로
국공립 보육 시설 이용률 2021년 40% 조기 달성
미취학 아동 무상의료…결혼·출산이 행복한 사회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출산율 올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저출산 대책 중장기 계획에서 출산율 목표치를 삭제했다. 대신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남성 육아휴직자 20% 끌어올리기 등에 제도·재정적 지원을 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2015년 말 박근혜 정부때 나온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현 정부의 저출산에 대한 관점을 담아서 수정한 것이다.
◇‘출산율 1.5명’ 목표 집착 안 해=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자 이러다간 ‘인구절벽’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쏟아내며 출산율 제고에 힘썼다.
특히 3차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는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을 달성하겠다며 단호한 저출산 극복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통계청 ‘2018년 9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출생아 수는 집계 이래 가장 적은 8만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00명(10.3%) 줄었다.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자녀 수)은 0.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0명 낮아졌다. 우리 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돌면서 압도적으로 꼴찌다.
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국가 주도로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고 강권하다시피 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유아시설이 부족한 데다 청년세대가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여성과 청년, 아동 등 정책 수요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저출산 대책의 큰 틀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출산율 목표(2020년 1.5명)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긴 호흡으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면서 출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30만명대는 인구학자들 사이에 심리적 저지선로 여겨진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만 해도 한해 100만 명대에 달했다. 그러나 2002년에 49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면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반짝 증가했다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해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해 예상 출생아 수는 32만2000명이다.
세계에서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취학 아동 ‘무상의료’ 추진= 로드맵에는 육아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들이 추가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가 사실상 ‘0원’이 되도록 건강보험 보장성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먼저 1세 미만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나머지 의료비는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2025년까지는 취학 전 모든 아동의 의료비가 0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90%에 지급되는 것을 내년에는 100%로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국회에서는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내용을 토대로 적정 지원 범위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 지원도 강화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시술비 본인부담률(현행 30%)을 더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만 45세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 40% 목표 달성 시점을 당초보다 1년 빠른 2021년으로 잡는 등 보육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결혼·출산, 삶의 질 떨어지지 않게= 정부는 아동과 2040세대, 은퇴세대 등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청년세대에게는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통해 결혼할 수 있게 해주고, 아이를 낳고 키우길 원하는 세대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더라도 경력단절 등을 겪지 않도록 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또 인구변화에 맞게 각종 사회시스템을 개혁, 고령사회로 이행에 적극 대비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3차 기본계획에서 추진 중인 총 194개에 달하는 정책과제를 역량집중과제 35개(저출산 분야 18개, 고령사회 분야 17개)와 계획관리과제 65개, 부처 자율과제 94개 등으로 나눠서 정비하고 역량집중과제를 중점으로 이행실적과 성과를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교육,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 아동수당 지급, 지역사회 내 돌봄여건 확충,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핵심과제 추진에 10조6139억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구조도 조정하기로 했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
이번 로드맵은 2015년 말 박근혜 정부때 나온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현 정부의 저출산에 대한 관점을 담아서 수정한 것이다.
◇‘출산율 1.5명’ 목표 집착 안 해=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자 이러다간 ‘인구절벽’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쏟아내며 출산율 제고에 힘썼다.
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국가 주도로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고 강권하다시피 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유아시설이 부족한 데다 청년세대가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여성과 청년, 아동 등 정책 수요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저출산 대책의 큰 틀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출산율 목표(2020년 1.5명)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긴 호흡으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면서 출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30만명대는 인구학자들 사이에 심리적 저지선로 여겨진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만 해도 한해 100만 명대에 달했다. 그러나 2002년에 49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면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반짝 증가했다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해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해 예상 출생아 수는 32만2000명이다.
세계에서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취학 아동 ‘무상의료’ 추진= 로드맵에는 육아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들이 추가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가 사실상 ‘0원’이 되도록 건강보험 보장성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먼저 1세 미만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나머지 의료비는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2025년까지는 취학 전 모든 아동의 의료비가 0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소득 상위 10%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90%에 지급되는 것을 내년에는 100%로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국회에서는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내용을 토대로 적정 지원 범위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 지원도 강화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시술비 본인부담률(현행 30%)을 더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만 45세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 40% 목표 달성 시점을 당초보다 1년 빠른 2021년으로 잡는 등 보육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결혼·출산, 삶의 질 떨어지지 않게= 정부는 아동과 2040세대, 은퇴세대 등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청년세대에게는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통해 결혼할 수 있게 해주고, 아이를 낳고 키우길 원하는 세대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더라도 경력단절 등을 겪지 않도록 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또 인구변화에 맞게 각종 사회시스템을 개혁, 고령사회로 이행에 적극 대비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3차 기본계획에서 추진 중인 총 194개에 달하는 정책과제를 역량집중과제 35개(저출산 분야 18개, 고령사회 분야 17개)와 계획관리과제 65개, 부처 자율과제 94개 등으로 나눠서 정비하고 역량집중과제를 중점으로 이행실적과 성과를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교육,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 아동수당 지급, 지역사회 내 돌봄여건 확충,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핵심과제 추진에 10조6139억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구조도 조정하기로 했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